'악재는 조정을 낳지만,루머는 투매를 부른다. "

26일 주식시장에서는 이 같은 속설이 여지없이 입증됐다. 이날 특별한 악재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순식간에 8% 가까이 떨어지며 공포감을 키웠다. 코스피지수도 3% 가까이 밀렸다.

이날 시장 급락을 부추긴 것은 '인내력이 바닥난 자문사들이 물량을 던지고 있다'는 루머가 퍼졌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억원 규모의 랩 물량이 나오고 있다는 등 수치까지 구체화한 루머가 장 초반 시장을 교란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성재 삼성증권 랩운용팀장은 "루머는 사실무근"이라며 "지금 같은 장에서 매도할 상황은 아니고,법적인 문제 때문에 정확히 말해줄 수 없지만 자문사가 팔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루머를 근거로 한 투매는 차츰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장 초반 투매현상에 놀란 개인투자자들은 오후 들어 본격적인 손절매에 나섰다. 지난 23,24일 양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6600억여원을 순매수하며 '내상'이 깊어진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456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굳게 믿었던 박스권 하단이 뚫리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코스닥 급락,유가증권시장 소형주 급락,랩 선호 종목의 급락 등으로 투자자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당시를 떠올리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애플이 아이패드2 생산 물량 축소 등 글로벌 발주 물량을 본격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미확인 루머를 비롯해 '그리스 2탄'격으로 포르투갈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