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26일 나란히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5.73%(103.11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2.64%(44.73포인트)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개인 투매로 인해 8.28% 폭락하며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갔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공조 기대감과 '혹시나'하는 불안감이 맞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주말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통해 글로벌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9일 예정된 독일 하원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승인 여부에 주목하면서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아래로 떨어져 저평가 매력은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란 화마(火魔)가 제대로 진압될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하루종일 출렁

코스피지수는 이날 44.73포인트(2.64%) 내린 1652.71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 반등 덕분에 장 초반 1720선을 회복한 채 출발했으나 30분 만에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현 · 선물 가격차를 노린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한 '외줄타기'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2582억원)과 개인투자자(4355억원)들이 매물을 쏟아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그리스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시나리오로 거론하며 신용위기 우려를 고조시켰다"며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는 PBR 1배인 1680선을 맥없이 내주자 단숨에 1644까지 주저앉았다. 믿었던 지지선이 붕괴된 데 따른 공포심이 엄습해 온 탓이다. 코스닥시장에선 개인 투매도 극심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의 그림자를 보기 시작했다"며 "살얼음판 증시에서 한쪽(아래 방향)이 무너지자 일단 팔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한때 미국 나스닥선물(E-미니)지수가 반등하고 아시아 증시의 낙폭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자 보합권으로 낙폭을 줄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지만 이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키웠다. 지난 21일 후 3거래일 만에 201포인트나 급락했다.

◆유럽 공포 진정만이 해법

시장은 그리스 디폴트 사태 해결에 목을 매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국내 증시는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주 핀란드(28일)와 독일(29일) 의회는 EFSF 확대를 승인하는 표결에 나선다. 다음달 3일 그리스에 대한 6차분 지원 여부를 결정할 IMF와 ECB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 실사팀의 평가보고서도 나올 예정이다. 이 부장은 "문제 해결은 그리스 조기 디폴트 우려의 해소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은행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한 유럽은행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가 발표될 것인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9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와 8월 내구재 신규 주문,중국의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굵직한 경제지표도 이번주 나오지만 시장의 초점은 그리스 관련 정책 공조에 쏠려 있다.

시장 흐름을 좌우할 변수가 유럽에 있다 보니 시장의 바닥을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팀장은 "리먼 사태 때 PBR 0.8배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1350~1400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될수록 정책 공조에 대한 압박은 높아지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현 지수 수준에 주식을 정리하는 건 맞지 않지만 유럽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을 권했다. 이 부장은 "주가가 낮아졌다고 섣불리 들어가기보다 관망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리테일투자정보팀장도 "그리스 디폴트 문제 이후에도 유럽 은행 부실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장기간 증시의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