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바닥 뚫렸다"…스마트 머니도 손절매
개인투자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 이상 이어진 코스피지수 1700~1900 박스권 장세에서 개인들은 지수가 1800 밑으로 떨어지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 하락폭이 커지는 걸 막았다. '곧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23일 박스권 하단이던 1700선이 붕괴된 이후 개인들 사이에 '당분간 쉬어야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코스닥지수는 '400선 붕괴'위기에 놓였다.

◆연중 최저치로 하락한 코스닥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닥시장은 26일 개인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인 409.55로 추락했다. 개인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95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최근 5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대외 악재 등의 영향으로 개인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코스닥지수는 36.96포인트(8.28%)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하락률 기준으로 2008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스피지수도 개인들이 435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게 악재로 작용하며 44.83포인트(2.64%) 내린 1652.71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개인 거래 비중이 높지 않은 삼성전자(2.2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낸 걸 감안하면 개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1600선에 근접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이사는 "중 · 소형주지수의 증시 비중과 낙폭 등을 감안할 때 이날 개인들이 체험한 지수 저점은 이미 1600선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 머니'도 손절매 나서

김상욱 대우증권 건대역지점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서 바이오 엔터테인먼트주 등 개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업종은 매기가 살아있었는데,지난주 후반부터 이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잘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22일과 23일 반등을 노리고 1조7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뒤여서 개인들의 충격이 더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 반등을 노리고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했던 개인들의 손절매성 매물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4조6687억원이던 신용융자거래 잔액은 23일 4조6923억원으로 증가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급전직하했던 지난달 초와 달라진 것은 거액을 굴리는 스마트머니도 손절매에 나섰다는 점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8월 초에는 수익이 난 펀드 중심으로 환매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손해를 감수하려는 고객은 많지 않아 분위기가 차분했다"며 "최근에는 '이번 조정은 오래갈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손절매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비중 높여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개별 종목 투자를 피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시점에서 장을 주도할 업종을 꼽기가 쉽지 않다"며 "우선 장기 투자 시 수익성이 검증된 주식형펀드 적립식 투자 비중을 높이고 종목에 직접 투자하려면 단기 낙폭이 큰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강지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