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없자 場 막판 5분간 10원 급등…환율 1200원 위협
정부가 발을 빼자마자 원 · 달러 환율이 여지없이 올랐다. 지난 주말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1166원까지 급락한 환율은 26일 정부의 시장 개입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30원 가까이 급등,1200원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유럽 재정위기,미국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데다 정부가 대규모 시장 개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율 급등세가 단기간에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장 초반에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전 주말보다 9원 높은 1175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곧바로 1169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악재가 더 많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 심리가 퍼졌다. 지난 주말 폐막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미국과 유럽 경기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끝난 점도 실망감을 키웠다.

지난주 35억달러 넘게 풀어 환율을 1166원까지 끌어내린 정부가 이날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환율은 장 마감 5분간 1185원80전에서 1195원80전으로 수직상승했다.

◆정부 왜 개입 안했나

정부 개입 없자 場 막판 5분간 10원 급등…환율 1200원 위협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날 '고강도 환율 방어'를 포기한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최근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 악화라기보다는 대외 악재에서 비롯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채권시장에서마저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싱가포르 등 역외에서도 달러 매수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해서 환율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자칫 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만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과거 시장 개입이 번번이 실패했던 학습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8년 7월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점심시간에만 40억달러 이상 쏟아부으며 환율을 1000원대 초반에서 900원대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그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은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실탄 낭비'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12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심리적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1200원 돌파 저지할까

환율이 1200원 선 근처까지 치솟으면서 정부와 시장의 '환율 전쟁'이 다시 벌어질지 관심이다. 현재 시장에선 '달러를 사자'는 심리가 워낙 강하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이 같은 쏠림 현상을 차단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일단 정부가 1200원을 '환율 방어선'으로 유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지난 주말 단호한 행동을 보였던 만큼 당분간 1200원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외 악재가 지속되면 정부가 1200원 사수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동안 시장 개입의 목적을 '속도 조절용'이라고 밝혀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