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시중은행 외화담당 임원들을 불러 중소기업 외화대출을 지나치게 조이지 말도록 주문했다. '달러 가뭄'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신규 외화대출을 자제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 외화담당 부행장급 임원들을 불러 외화 유동성 확보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각 은행의 외화 조달 현황을 점검하고 커미티드라인 · 크레디트라인 등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도록 요청했다. 또 중소기업 등에 대한 외화대출에 신경써 달라고 강조했다.

외화자금 조달 여력이 있고 현금을 많이 갖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외화대출을 자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중소기업까지 조여서 '돈맥경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같이 요청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지난주부터 외화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신규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온 경우에도 가급적 연장을 해주지 않거나,연장해주는 규모를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들의 행태가 외화자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토요일부터 신규 외화대출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며 "무조건 외화를 확보하고 보자는 차원의 '가수요'도 적지 않아 되도록이면 실수요 위주로 외화대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규 외화대출에 대해서는 순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현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공조가 중요하다"며 "특히 한 · 중 · 일 공조를 통해 이번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의 절대 규모도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단기 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 등 질적 지표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 커미티드라인

committed line.금융회사끼리 이뤄지는 일종의 단기 마이너스 대출.다른 금융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유사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권리다.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이 수수료가 없지만 자금 인출에 대한 구속력 역시 없다는 점에서 차이난다.


이상은/서욱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