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아주 흔한 증상으로 20~30%의 사람이 평생에 한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증상은 아주 다양해 주변이나 자신이 빙빙 돌기도 하고, 때로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뜩해지고 기절할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뇌, 귀, 마음에 달려 있다. 뇌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어지럼증을 중추성이라 한다. 특히 뇌의 뒤쪽에 위치한 뇌줄기(뇌간)와 소뇌가 어지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졸중(중풍)이 생기면 아주 치명적일 수 있는데 어지럼증이 흔한 전조 증상이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귀에서 생기는 어지럼증을 말초성이라 하는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드물다. 말초성 어지럼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이석증(耳石症)이라 부르는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이다. 주로 눕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돌아 누울 때, 고개를 숙이거나 젖힐 때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작적으로 발생해 1분 이내로 사라진다. 이런 현상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반복된다. 이석증은 귓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이석이 변성되면서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가 발생한다. 체위를 바꿔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이석정복술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이명이 반복되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귓속의 림프액 순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약물과 저염식으로 치료한다. 속귀신경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를 전정신경염이라 하며 바이러스 감염이 중요한 원인이다. 전정신경염은 특별한 치료 없이 대부분 수주 이내에 회복된다.

최근에는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불안할 때, 우울증에 동반되는 어지럼증은 빙빙돌기보다는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하며 몸이 붕 뜨고 중심을 잃을 것 같은 느낌으로 오는 경우가 흔하다. 공황장애로 인한 어지럼증은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며 식은땀이 나면서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을 동반한다.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밖에 심장약, 혈압약 같은 약물이 주로 누웠다 일어나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핑 도는 양상의 어지럼증을 흔히 일으킨다.

어지럼증을 줄이려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 원인 질환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싱겁게 먹으며,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도록 한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신경과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