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트렁크에 쏙 … 초경량 전동휠체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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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생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인구고령화와 난치성질환 및 교통사고·산업재해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소장 문무성·사진)가 최근 초경량 전동휠체어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수동휠체어는 이용자가 손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므로 장거리 주행시 피로하고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어려워 최근에는 전동 또는 전동·수동 겸용 휠체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일본 등 외국산 선도제품의 가격이 700만~1000만원에 달해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용자에게는 부담이 커 가격을 낮춘 국산제품의 시판이 절실히 요구돼 왔다.
또 중국산은 100만원 이하로 국내에 들어와 국내시장의 80%가량을 장악하고 있으나 방전이 쉽게 되고 구동 중 모터가 타는 등 최근 60여개 제품 중 절반가량이 불량과 잦은 고장 등으로 허가 취소되는 조치를 받았다.
연구소는 최근 전동모터 배터리 제어기 내비게이션 등 주요 부품을 100% 국산화하고 200만원대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외국산에 비해 기능이 뛰어나고 가격경쟁력도 확보하게 됐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이번 기술개발은 지식경제부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산 전동휠체어 산업의 집중 육성을 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매년 20억6000만원(정부출연금 14억원, 민간부담금 6억6000만원 등)이 투입된다.
이 제품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볍다는 것이다. 외국 제품은 50~100㎏에 달하는 데 비해 이번에 개발된 국산 제품은 특수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해 25㎏에 불과하다. 분해와 조립이 가능해 차에 쉽게 탑재할 수 있다. 기존 휠체어와 달리 모터를 별도로 달지 않고 바퀴 축에 내장시킨 것도 중량과 부피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계 최초로 휠체어용 전원으로 리튬폴리머 전지(16A,24V)를 채택해 4시간 충전으로 25~30㎞를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도 첨단기술로 꼽힌다. 기존 납 축전지는 무게가 리튬폴리머 전지의 2~3배에 달해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탈착이 힘들었다.
국산 전동휠체어에서 돋보이는 것은 4개 핵심부품을 국산화한 것이다. 리튬 배터리는 코캄, 전동모터는 코모텍, 내비게이션은 한랩, 드라이빙(신호처리 구동장치)은 이모션텍이 각각 개발했다.
연구소는 지난 8월 제품에 대한 성능시험을 마쳤으며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 등록을 승인받아 11월부터는 산재보험 급여품목으로 장애인들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건강보험급여는 현재 대당 96만원까지만 인정하고 있어 내년께에는 이 금액의 초과분을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휠체어를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문무성 연구소장은 “고령화로 인해 전동휠체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전 세계 시장규모는 2조1300억원으로 예측되고 국내 시장은 현재 연간 1만5000~2만대에서 5년 뒤 4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년 국내시장이 20% 이상 성장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는 “대량생산 시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당 제조단가는 209만원이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2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구소 시험검사센터가 지난 8월 국제적 공신력과 대외신뢰도를 갖춘 KOLAS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이 기준을 충족시킨 신형 전동휠체어의 해외수출 길도 활짝 열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전동휠체어 개발에 소홀했던 것은 국내 시장 수요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전동휠체어는 지체가 부자유스런 장애인은 물론 고령자, 암 환자, 척추장애인, 뇌심혈관질환자 등에게 매우 유용해 앞으로는 대폭적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전동휠체어보다 더 발전된 제품도 잇따라 개발 중이다. 새끼 바퀴를 달아 15㎝ 높이의 둔턱을 넘어갈 수 있는 ‘둔턱답파형’ 휠체어(외산 400만원, 국산 200만원대 목표)는 내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 고무 캐터필러를 장착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승월형’휠체어(외산 4000만~2억원, 국산 1000만원)는 2013년까지 양산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계단승월형 전동휠체어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산 제품이 한 가지 시판되고 있는데 미국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제품은 수년 전 일본 지하철에서 휠체어 추락사고가 나는 바람에 단종된 상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