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가 중시되는 21세기에 여성 기업인 육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심은 산업계에 새로운 유형의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박경희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원장(경영대학장 겸임 · 사진)은 27일 "이화여대 MBA는 보수적이라는 산업계에서도 인정받는 여성 인력들을 육성해 산업계와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지난 2월 이화여대 경영대 역사 47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학장으로 임명됐다.

여성으로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된 첫 사례로는 1997년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CEO가 꼽힌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79년 취임)보다 18년이나 늦다. 그만큼 산업계는 정계나 법조계 등 다른 분야보다도 여성에게 더욱 문호가 좁다. 박 원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자원이 바로 돈"이라며 "돈과 관련된 경제 · 경영 분야가 여성에게 가장 늦게 열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계에서 여성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역할도 이화여대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대한민국 근대 여성 교육을 이끌어온 이화여대의 125년 노하우는 다른 대학 MBA들과는 차별화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결혼과 육아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에게 특화된 MBA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직장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박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취업 직후 1~2년은 남학생들과 생활해본 경험이 있는 남녀공학 출신 여학생들이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4년 정도 지나면 평가가 역전된다는 것 또한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평가"라고 소개했다.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은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MBA는 글로벌 회계그룹인 KPMG,씨티은행그룹 등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각 기관의 임원급을 강사로 초빙한다. 남성 실무진을 학생들의 멘토로 활용하며 여학생만으로 구성되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박 원장은 "여성 인력 활용 가능성을 체감한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공동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산업계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더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특성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