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있는 4년제 사립대인 루터대의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은 1.66 대 1.지난해의 2.99 대 1보다 크게 낮았다. 이 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돼 재정 지원이 끊기고 학자금 대출을 제한받는다. 역시 43곳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된 원광대의 경쟁률은 3.26 대 1에서 2.95 대 1로 떨어졌다. 경주대는 6.15 대 1에서 3.53 대 1로 경쟁률이 내려갔다.

27일 각 대학과 입시전문기관에 따르면 교육 여건과 취업률 등이 열악해 구조조정 후보에 오른 대학들의 2012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2011학년도보다 대부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수능(쉬운 수능)' 예고로 서울 주요 대학 22곳의 평균 경쟁률이 31.1 대 1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과 다른 모습이다.

28개 재정 지원 제한 대학(4년제 기준) 가운데 비교 가능한 17곳을 분석한 결과 14곳(82%)의 경쟁률이 작년보다 내려갔다. 루터대와 경주대는 경쟁률로만 보면 지원자 수가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전략연구실장은 "수시모집에는 무제한 복수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수도권은 5 대 1,지역대는 3 대 1에 못 미치면 사실상 미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 발표가 수시 경쟁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악재 속에서도 경쟁률이 높아진 곳은 상명대와 관동대 등 일부 대학에 국한됐다. 상명대는 서울 소재 대학이라는 점이,관동대는 같은 재단(명지학원) 내 명지대와의 통합 가능성이 각각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 대상 대학들은 앞으로 이어질 정시와 추가 모집 등에서도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교육당국과 입시업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지가 실추돼 다른 대학으로 이탈하는 합격생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대학에 들어가는 내년 신입생은 정부의 등록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부 대학들이 수시 원서 접수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정시를 겨냥한 신입생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광대는 신입생들에게 등록금을 빌려주기로 하고 장학금 5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김포대는 신입생 41.7%에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2년 연속 대출제한 대학에 지정된 동우대(속초)는 저소득층 신입생들을 위해 1억원 규모의 면학장려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신입생은 입학금을 면제받고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4인1실)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지방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유례없이 강하게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대학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정원을 채우기 힘든데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건호/강현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