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선 아직 실감하기 어렵지만 길을 나서면 온통 가을입니다.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너머로 황금빛 논을 보면 대자연의 질서에 새삼 경외감을 갖게 되지요. 여름내 지겹도록 비를 맞으면서도 벼는 어느 새 여물어 고개를 숙입니다. 산길을 걷다 '툭' 하는 소리에 눈길을 돌리면 잘 여문 밤이 떨어져 있습니다. 다람쥐들이 유난히 바삐 움직이는 게 저것 때문이었군요.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 됩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단체,마을들이 여는 축제가 이달말부터 10월에 걸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에서 10월의 축제를 검색하면 150여건이나 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차제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축제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요.

종류도 다양합니다. 강원도 횡성한우축제나 경북 울진 · 봉화 송이축제,광양 전어축제처럼 맛난 먹거리로 유혹하는 축제도 있고 상주 감고을축제,충주 · 청송 · 문경의 사과축제,보은 대추축제,홍천 인삼축제,주문진 오징어축제처럼 지역 특산물을 내세운 축제도 많습니다.

전남 진도 · 해남의 명량대첩축제,익산의 서동축제처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축제도 있고,가을꽃인 코스모스(구미 · 하동 · 구리)나 국화(마산 · 포천 · 영암 · 익산)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도 있습니다.

산중 사찰들도 가을을 그냥 넘길 수 없지요. 산사음악회와 축제로 고즈넉한 산사도 이 가을에는 인파로 북적댑니다. 공주 영평사의 장군산 구절초축제,강화도 전등사의 삼랑성역사문화축제,평창 월정사의 오대산불교문화축전,해남 미황사의 괘불제와 음악회,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등이 꼬리를 물 예정입니다.

지역축제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알차게 준비한 축제 프로그램을 싼 값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를 통해 지방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을은 깊어가는데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하셨다면 이런 축제를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