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 판정을 위한 감정 기준을 제시했다. 감정인에 따라 들쭉날쭉했던 감정 결과를 일원화해 앞으로 아파트 하자소송과 관련된 재판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하자 소송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하자 판단의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는 27일 '건설감정실무' 책자를 발간,각종 하자의 중요도 및 보수비 산정 기준을 통일했다. 법원은 중요한 하자가 아닐 경우에는 '하자 없이 시공했을 때 비용'과 '하자가 생기도록 시공했을 때 비용'의 차액을 기준으로 하자 보수비용을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중대한 하자가 아닌데도 보수비가 과다하게 책정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자 발생시점은 사용검사 시기를 기준으로 해 사용검사 후의 하자에 대해서는 건설사 책임을 줄이도록 하고,보수비용 계산 시점도 소송 제기일로 삼도록 했다. 부실시공 여부는 사용검사 시점의 설계도가 기준이다.

콘크리트 균열 하자는 균열폭 0.3㎜를 기준으로 건축감정을 하도록 하는 등 누수,타일,기계설비,전기설비,조경 등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주변에서 벌인 공사 때문에 건물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전문가가 해당 공사의 영향 정도(기여도)를 따져 보수 · 보강공사비나 신축비용,손상 정도에 기여도를 반영해 피해금액을 확정하도록 했다.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서는 △중간에 변경된 공사대금 반영 △공사도급 계약이 중도 해제되면 해제일까지 △계약 내역서가 없으면 산출된 공사금액 인용 △추가 공사대금이 발생하면 추가공사 완료 때 단가가 비용 산정의 기준으로 제시됐다. 민간 공사에서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물가 인상을 계약금액에 반영할 수 없게끔 정리했다.

그동안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파트 하자보수 청구소송이 기획소송화되는 등 건설사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명확치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2004년 70여건 선에 머물렀던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 건수는 현재 연간 400~500건으로 급증했다.

연구회 측은 "감정인마다 하자를 판단하고 보수비를 산출하는 기준이 주관적이라 결과의 편차가 컸던 게 현실"이라며 "하자 감정 기준이 객관화돼 건설소송 심리에 반영되면 소모적 소송도 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