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있는 8층짜리 건물 '맥킨지하이츠'는 최근 명칭이 'C&K 타워'로 바뀌었다. 이 건물을 공동으로 사들인 천양현 코코네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각각 자신들의 영문 이름 첫글자(Cheon&Kim)를 따 건물명을 새로 지었다. C&K는 두 사람이 각자 세운 회사 코코네(Cocone)와 카카오(Kakao)의 첫글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달부터 이 건물 7층에는 천 회장이 설립한 코코네가,2층에는 김 의장이 세운 카카오가 자리잡고 있다.

천 회장과 김 의장은 서울 자양초교부터 건대부속중고교에 이르기까지 초 · 중 · 고 시절 12년을 모두 같은 학교에서 보냈다. 지금까지 무려 38년간 우정을 나눈 절친이다. 김 의장은 천 회장에 대해 "부모형제 다음으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98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김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마치고 삼성SDS에 입사했다. 천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인지언어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오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김 의장이 한게임을 창업하기 직전 미션엔터테인먼트라는 PC방을 차린 직후였다.

집안 문제로 일본에서 귀국한 천 회장은 김 의장을 찾았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던 시점이었다. 천 회장은 "당시 돈을 벌면서 동시에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김 의장이 만든 PC방의 자양동 지점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한게임 공동창업 스토리의 출발이었다. 나중에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쳐 NHN이 탄생한 직후 천 회장은 한게임재팬 대표로 일본에 건너가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했다.

천 회장이 NHN 일본 법인을 맡게 된 것은 김 의장의 요청 때문이었다. "일본시장이 워낙 진입하기가 까다로워 양현이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NHN은 국내 여건 때문에 일본 시장에 투자하거나 도움을 줄 여력이 없었지만 천 회장은 맨주먹으로 시작해 NHN재팬을 일본 최대 온라인게임회사로 키워냈다.

NHN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던 두 사람이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은 2007년부터였다. 그해 말 김 의장이 먼저 아이위랩이라는 벤처회사를 차렸다. 천 회장도 이듬해 온라인교육사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NHN을 나오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김 의장은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톡으로 1년여 만에 국내외에서 2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그 꿈의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가입자만 150만명에 달하는 등 해외 이용자 수가 500만명에 육박한다.

천 회장의 코코네는 올 들어 '갑자기 들리는 리스닝 왕국'(일본명 키키토리 왕국)이라는 앱을 일본과 한국 앱스토어에서 나란히 1위에 올려놓았다. 조만간 중국어와 영어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모바일과 소셜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붙들고 있다. 업계는 언젠가 또 다른 공동 창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대부고 3회 졸업생인 두 사람은 모교의 발전을 위해 지난해 5월 각각 1억원 및 2억원의 장학금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건대부고는 두 사람의 뜻을 기려 '김범수 · 천양현 장학회'를 설립했다. 천 회장은 "김 의장과 오랜 세월에 걸쳐 때론 경쟁하고 때론 서로 돕기도 하면서 살아온 것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