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의 '바람'을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이미지'가 따라잡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던 박 변호사의 지지세가 최근 주춤해진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나 최고위원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27일 발표된 동아일보 ·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 시 나 최고위원이 44.0%로 45.6%를 기록한 박 변호사를 오차범위까지 따라붙었다. 각 진영 자체조사와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로 좁혀진 경우가 많았다. 3주 전 두 사람의 지지율차가 10% 중후반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나 최고위원의 선전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나 최고위원 측은 지지율 회복세를 계기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면 이 전 처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처장 측과는 계속해서 연결고리를 유지하며 범여권 단일화를 위한 의견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도 이 전 처장 영입을 시도한 주체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 변호사의 이해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면서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범야권의 선두주자였던 박 변호사가 주춤하면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두탈환'을 위한 노력도 힘을 받고 있다. 당내 경선 이후 4명으로 분산됐던 민주당 지지세가 박 후보로 결집되고 있고,범야권 단일화 경선에서도 박 후보가 당 조직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열세인 여론조사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범여권에서는 당 조직에서 우위를 보이는 나 최고위원으로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박 후보에게는 호재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일수록 '바람'보다는 '조직'에서 승부가 결정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