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고령화가 노동운동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 축에 들었던 울산도 '공업화 1세대'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본격적인 정년퇴직 시기를 맞으면서 이르면 5년 안에 연간 1만명 이상씩의 대규모 퇴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급변하자 노동현장도 명분과 투쟁보다는 정년 연장과 재취업,은퇴 후 삶의 질 개선,재직 중 건강권 확보 등 고령화 대책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당장 현대중공업 노조는 국내 대기업 노조로는 처음으로 퇴직 예정자들의 은퇴지원 프로그램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해 평균 10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제대로 은퇴준비 없이 현장을 떠난다"며 "앞으로 이들을 위한 재취업과 금융 재정 등의 은퇴 설계를 지원하는 상설 퇴직지원센터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종쇄 노조 위원장은 "퇴직을 앞둔 조합원들이 은퇴 후 불안감에 휩싸여 업무 집중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의 차질없는 은퇴준비는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절실한 만큼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은퇴 준비 지원 대상도 5~10년 뒤 퇴직 예정자들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노조는 조합원 가족을 위해 추진 중인 경주 자연휴양림에 수목장(樹木葬)도 만들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 이후 해마다 600명가량이 정년을 맞다가 지난해 1000여명이 정년퇴직했다. 2014년에는 1200명,2016년에는 1500명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정년 퇴직자가 지난해 229명으로 처음 200명을 넘어서는 등 고령화가 본격화하자 조합원 사망시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금(조합원당 월 1000원씩)도 조성키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령화에 접어든 조합원이면 누구든 불의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1억원이면 유족들이 생업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금액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양대 노조가 고령화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큰 틀도 적지않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