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정부 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관료들은 같은 사안을 두고 한 시간 넘도록 입씨름을 했다. 국감을 하기 전 여야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국토부 측에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국토부의 공직자 비리 내역과 4대강 사업 실태,하도급 미지급금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요청했다. 국토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장 의원은 자신이 받지 못한 자료를 열거한 뒤 "뭐 숨기는 게 있어요?"라며 권도엽 국토부 장관에게 따졌다. 같은 당의 이한성 의원은 감사원의 국토부에 대한 지적 사항,백성운 의원은 리모델링TF팀 구성 내역과 회의록,김성태 의원은 김포터미널 조성계획과 아라뱃길 사업 타당성 보고서 등을 요구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의 유지보수 내역과 전 · 월세 대책의 당정회의 내용,홍재형 의원은 2012년도 예산안,김진애 의원은 친수구역 지정 내역 등의 자료를 각각 요청했다.

국토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없다"는 말 이외에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권 장관도 국감에서 "파악해보겠다. 드릴 수 있는 최대한 드리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국토부의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났다.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3차 정비계획의 기술 연구자료를 요청했는데,국토부는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확인해보니 문서 번호가 11808로 버젓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자료제공 불성실로 호된 질타를 당한 적이 있다.

장광근 국토해양위원장이 국토부 관계자들을 질타한 뒤 "장관이 한꺼번에 답변해달라"고 중재하고서야 한 시간여 동안의 공방은 멈췄다. 27일 열린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도 이 같은 행태가 재연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와 노동고용실태 분석내용 자료를 고용부에 요구했다"며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임에도 '자료 부존재'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페이지에 버젓이 있는 내용을 국감 때마다 요청하는 국회의원의 자질도 문제지만,국토부의 '버티기식 자료 제출 거부'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국감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따가운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