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너무나 유용하고 흥미로운 점이 많기 때문에 종교인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습니다. 비종교인도 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죠.좋은 아이디어를 빌려서 우리의 인생과 사회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등으로 유명한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42 · 사진)이 신작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청미래) 출간에 맞춰 27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찾아오게 돼 기쁘다"며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에 관심이 있고,절이나 성당의 분위기에 매료된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세속화된 사회에서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종교가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로부터 빌려와야 하는 것으로 교육을 먼저 꼽았다. "종교는 인간이 잘 잊어버리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계속 반복적으로 가르칩니다. 세속사회에서는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만 종교는 옛 생각 속에서도 진리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을 중요시하죠."

그는 "종교에서는 함께 식사하거나 음악과 춤을 통해 결속의식을 끌어낸다"며 "공동체 정신이 붕괴된 현대사회는 이런 것들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신론자인 그는 바흐의 칸타타나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 그림,선(禪) 불교의 건축과 같은 종교예술 작품을 접하면서 종교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게 됐다고 했다.

"종교는 종교적인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음악 예술 건축 등 심미적인 것을 활용합니다. 저는 이것이 종교의 바람직한 야심이라고 생각하고 세속사회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

그는 강연과 사인회를 여러 차례 열고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을 통해서도 한국 독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