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서울엔 33㎡(10평) 미만 판잣집이 즐비했다. 심각한 주택난 해소 및 여기저기 난립한 무허가 판자촌 정비를 위해 서울시가 1969년부터 직접 짓기 시작한 시민아파트의 전용면적은 36~39㎡.그래도 방 2개에 거실과 화장실을 갖춘 아파트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짓고 보니 너무 작다 싶었을까. 1972년 말 '주택건설촉진법'에 규정한 국민주택 크기는 85㎡(25.7평).이 수치에 대해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신당동 사저 규모를 참고했다는 설과 1인당 주거면적을 5평으로 잡고 평균 가구원 수 5를 곱한 데서 나왔다는 설이 겹친다.

전용면적 85㎡,아이 둘이 각자 공부방을 가질 수 있는 방 3개짜리 집은 이후 오랫동안 수많은 가정의 꿈이었다. 그러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완전히 돌아서고,중대형 아파트가 2000년대 초 집값 상승을 주도하면서 신규 분양아파트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

무작정 크고 넓으면 좋은 줄 알았던 것도 잠시.대출 받아 산 집값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전세금이 급등한다지만 중대형과는 별로 상관없다. 커봤자 관리비만 많아지니 쳐다보지 않는다. 2010년 서울의 가구형태 1위는 1인가구(24.4%)로 4인가구(23.1%)보다 많다. 필요한 중소형이 달린다는 얘기다.

집이 원수 같아진 건 미국도 비슷한지 '타이니(tiny · 아주 작은) 하우스'란 초미니주택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37㎡ 이하'지만 8~9㎡짜리도 있다는 타이니 하우스는 건축가 '제이 세퍼'가 1997년 내놓기 시작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 길바닥에 나앉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집이 작아 들여놓을 물건이 없으니 살림 장만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관리비도 안드니 돈 버는 일에서 놓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게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대부분의 주(州)에서 안전 때문에 허가를 안내줘 바퀴를 단다고도 한다. 바퀴를 달면 집이 아닌 트레일러로 분류된다는 이유다. 타이니 하우스가 국내에 도입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집에 얽매여 사는 데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퍼질지도 모른다. 집에 대한 개념이 투자가 아닌 거주로 바뀌다 보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