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한복판에 지구 반대편 여의도 국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초로 실시한 해외 국정감사에서였다. 이성헌 정무위 간사(한나라당)를 비롯해 배영식(한나라당),이진복(한나라당),김 정(미래희망연대) 의원 등 4명의 정무위원들이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장과 산업 · 기업 ·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 뉴욕지점장을 향해 질문공세를 쏟아냈다.

여느 국정감사가 그렇듯 이날 감사도 질타가 주를 이뤘다. 첫번째 주제는 미국에 진출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문제와 금감원 뉴욕사무소의 역할이었다. 의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은행들의 부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본점의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한 사안이 대부분이었다. 이어 "감독권한이 없는 금감원 뉴욕사무소는 심부름만 하는 조직이냐"며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주제는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였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의 영업행태가 20년 전과 똑같다(배 의원)"거나 "같은 파이를 놓고 뺏어먹기 식으로 영업하는 게 문제(김 의원)"라는 등 상식적인 수준의 지적이 줄을 이었다.

반전은 참고인으로 참석한 민간 금융회사 법인장들의 몫이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국감을 지켜보던 참고인들은 "허심탄회하게 건의사항을 말해달라"는 이성헌 의원의 주문에 입을 열었다. 한 시중은행 뉴욕지점장은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의사결정자들이 금융회사들을 옥죄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적이던 젊은 후배들이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창조성을 잃어간다"고 덧붙였다.

한 보험회사 지점장은 "이곳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선진금융시스템에 따라 감독을 받고 있다"며 '금감원 뉴욕사무소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이중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국회 정무위원들의 충정은 높이 살 만하다. 바쁜 국감 일정 중에 뉴욕까지 날아온 것을 외유성 출장으로 평가절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피감기관과 참고인들을 윽박지르고 꾸짖는 국정감사를 뉴욕에서 반복하는 것이 금융산업 글로벌화에 어떤 도움이 될지 민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