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내 6명 임기만료 '깜짝 발탁' 없을 듯
상고허가제가 소신 "대법관 14명도 많다"
2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법조계 주요인사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63 · 사법연수원 2기 · 사진)의 취임식이 열렸다. 제15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그의 6년간 사법부 운영 방향은 '보수 · 온건한 변화'로 요약된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늦기 전에 재판 제도 · 절차 등 사법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고허가제 옳다" 개혁충돌 불가피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숫자 증원에 대해 "제 고집만 내세운다면 상고허가제가 옳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상고심(대법원 3심) 기능은 법률심이지 하급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다"며 "외국의 예를 봐도 상고허가제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대신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 숫자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대법관 숫자(14명)도 많다"고도 했다. '대법관 수를 늘려 3심에서 최종 판단을 받기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요구와는 정반대다. 향후 사법개혁 논의에서 법원과 국회 간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양 대법원장은 또 인신구속제도와 관련,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까다로운 보석조건을 충족시키면 즉시 풀어주는 '보석조건부 영장제도'가 수사효율과 피의자 인권을 절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대법관 깜짝 인사 어려울 듯
양 대법원장의 첫 주요 업무는 오는 11월 20일자로 임기를 마치는 김지형(53 · 11기),박시환(58 · 12기) 대법관 후임 인선이다. 이어 내년 7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일환(60 · 5기),김능환(60 · 7기),전수안(59 · 8기),안대희(56 · 7기) 대법관까지 앞으로 1년 내로 6명의 대법관을 교체하는 '물갈이'에 나서게 된다. 올해 김 · 박 대법관 후임 인선에 따라 향후 대법관 인선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는 "특정 학교,특정 지역 일색이어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적 구성의 다양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률 해석의 통일성을 위해선 고도의 법적 경험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해 보수적인 인사 방향을 시사했다. 직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연공서열을 뛰어넘고 당시 40대였던 김영란 전 대법관을 첫 여성 대법관으로 '깜짝 발탁'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이 전 대법원장이 처음에는 파격적인 인사를 했지만,다음 인사는 전통적으로 되돌아간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진보 · 보수 논란 사라질까
이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줄곧 진보 · 보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대법원은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이었던 박시환 대법관을 필두로 '독수리 5형제' 대법관(김영란,이홍훈,전수안,김지형)이 진보 색채를 띠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양 대법원장은 "자유민주사회를 사는 시민으로서 법을 준수하고 수호하는 건 고귀한 의무이자 책임으로,법에 있어서 나는 철저하다"며 '보수적 원칙론자'임을 내세웠다.
◆ 상고허가제
대법원 상고 여부를 법원이 허가하는 제도.대법원 사건 수를 현저히 줄여 상고심(3심)이 법률심 기능에 집중토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