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W대금 제 값 쳐서 직접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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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SW 생태계 활성화 방안' 발표
하도급 관행 개선…중간마진 없애기로
연초 발주량 공개해 개발업체 경영 지원
하도급 관행 개선…중간마진 없애기로
연초 발주량 공개해 개발업체 경영 지원
KT가 소프트웨어 구입 대금을 사후 정산에서 선지급 방식으로 전환한다. 또 하도급업체를 중간에 끼우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체와 직접 구매 · 유지 · 보수 계약을 맺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의 숫자와 시간만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기존방식 대신 기업능력 평가 등에 가중치를 두는 가치구매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KT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소프트웨어의 선순환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29일 발표한다.
◆"SW 지식재산권 넘겨주겠다"
KT가 이처럼 파격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함으로써 통신 기반의 정보기술(IT) 융 · 복합화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구조에선 세계적인 개발자를 키워내기 어렵다"며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T는 우선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완료 뒤에 대금을 지급했던 관행을 바꿔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제작 비용 조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더 나은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때 제3의 업체를 선정해 용역을 주는 방식에도 메스를 가한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솔루션을 개발하면 직접 패키지로 구입하기로 했다. 이 경우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재산권도 제조업체에 넘겨주고 KT는 사용권만을 행사하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IT 대기업들은 발주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끝나면 지식재산권을 자신들이 갖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 혁파
소프트웨어 가격을 정할 때도 천편일률적인 기존 방식 대신 가치구매 방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능력을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상품의 시장가격 개념을 도입해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지보수 계약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갑-을-병-정'의 지나친 하도급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직접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 다단계 계약에서 생기는 중간 마진을 개발업체가 모두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매년 초 연간 구입하는 소프트웨어의 규모와 시기를 미리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수요 예보제'도 실시한다. 심기보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업체들이 적정한 인력과 기술을 미리 준비해 대응할 수 있다"며 "당장 1년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는 내년에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의 10% 가량을 미리 발표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30%까지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 개발 환경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KT가 보유한 지식 재산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글로벌 시스템 통합업체나 소프트웨어 업체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를 놓아준다는 계획이다.
◆ 소프트웨어 수요 예보제
한 해 동안 필요한 소프트웨어 종류와 규모,도입 시기 등을 연초에 미리 정해 공표하는 제도.규모가 작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수요에 대비해 기술,인력 등을 미리 준비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