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외국어점수 자격증 나이 등 사회가 그어 놓은 스펙이 아닌,오롯이 손과 발로 만들어낸 땀냄새 나는 스펙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습니다. "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 2011' 예선 참가자가 당당하게 밝힌 지원 동기다. 처음에는 화려한 학벌과 스펙 대신 기자로서의 도전의식과 열정만 보겠다는 대회 취지에 대해 반신반의한 지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지원서에 간단한 신상정보 말고는 스펙을 적는 난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땀냄새 나는 스펙'으로 실력을 겨뤄보겠다는 지원자들이 쇄도했다.

◆신문 347명 · 방송 35명 참가

지난 14~23일 진행한 예선에는 총 382명(신문 347명,방송 35명)이 참가했다. 참가자의 나이는 20세부터 39세까지 다양했고,남녀 비율은 193명과 189명으로 엇비슷했다. 이른바 SKY대 출신이 34명에 그친 반면,비수도권 지방대 출신이 76명으로 두 배를 넘었다. 전문대 출신도 10여명이 지원했다. 학벌과 스펙이란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 기자를 꿈꾸는 지방대,전문대 출신들에게 크게 환영받은 것이다.

지방대에 재학 중인 한 지원자는 "기자가 되고 싶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질 스펙에 나이가 많은 내겐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고 지원 동기를 적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고 "빈곤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며,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적어 심사위원들을 숙연케 했다.

본선 진출자는 신문 40명과 방송 10명이다. 신문부문 참가자 수가 월등히 많았다. 유효 경쟁을 고려한 것이다.

◆발로 뛴 수작 많아

심사위원들을 고무시킨 것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뛴 흔적이 역력한 기사가 많고 같은 주제가 거의 없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원자들이 젊은 패기와 도전의식으로 관심 영역을 폭넓게 접근했다는 방증이다. 약국 10곳을 돌며 약사들의 말뿐인 복약지도를 확인하고,미혼모로 가장해 취업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탑골공원에서 수모를 무릅쓰고 박카스 아줌마를 취재했다. 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전시회를 취재한 기사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었고,2만원에 12시간 빌려주는 모텔을 취재한 기사도 관심을 모았다.

스케치나 인터뷰 형식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 기사는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종합복지관 노인들의 흥겨움,빈털터리에서 새출발하는 사람을 전한 기사도 흥미로웠다.

방송부문에서도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이채로웠다. 학교 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허울뿐인 물가안정모범업소 제도,국립묘지 안장 면적 및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에 대한 차별을 고발했다. 또 대학가 구내식당 별미를 VJ특공대식으로 가볍게 접근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부산의 오래된 달동네를 잔잔한 내러이션으로 소개해 울림을 준 작품도 있었다.

◆기사는 감상문과 달라

하지만 기사를 잘못 이해한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기사에 팩트가 들어 있지 않거나,본인의 감상을 나열한 소감문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기존 매체에서 보도한 기사의 틀을 그대로 가져와 몇 마디 덧붙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방송부문에서는 기존 방송에서 많이 보도한 내용을 전하거나,주제는 참신했지만 영상이 미흡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많았다.


◆ 본선진출자 명단 (※가나다순, 나이 · 출신지)

◆신문부문(40명)=△강승현(26 · 서울) △권명림(23 · 경북) △김기욱(26 · 전북) △김명지(20 · 강원) △김솔지(23 · 경기) △김완수(26 · 대구) △김인선(28 · 경기) △김지혜(25 · 대전) △김찬호(23 · 부산) △문아미(25 · 서울) △민석환(22 · 부산) △박상익(27 · 서울) △박종원(25 · 서울) △변주연(21 · 서울) △서동일(26 · 인천) △서성훈(30 · 서울) △송혜영(26 · 서울) △신도균(29 · 울산) △양창모(28 · 경북) △오경희(26 · 제주) △유한준(25 · 서울) △윤희은(24 · 서울) △이동형(23 · 경북) △이영신(23 · 서울) △이유리(22 · 경기) △이유진(28 · 부산) △이지수(25 · 서울) △이채린(20 · 서울) △장순현(24 · 경기) △장영선(27 · 경기) △전재욱(27 · 전북) △장유현(24 · 대전) △정혜아(30 · 서울) △조경아(30 · 서울) △조수영(23 · 전북) △채진솔(25 · 서울) △최유정(27 · 광주) △하홍준(22 · 강원) △한동오(25 · 서울) △허자경(24 · 서울)

◆방송부문(10명)=△강지은(24 · 경기) △김소연(24 · 서울) △김환석(22 · 서울) △박홍철(26 · 대전) △서영주(20 · 경남) △유은총(25 · 인천) △유현진(24 · 경기) △이준영(27 · 부산) △이진우(25 · 서울) △하민지(22 · 서울)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