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께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지하통로.보따리를 펼치고 앉아 껍질을 벗긴 더덕과 쑥떡을 파는 김복례 할머니(65)가 점심식사 중이다. 할머니의 점심은 까만 비닐에 싸인 떡볶이다. 할머니는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은 채 늘 그렇게 간단히 점심을 때운다.

하루 세 끼 중 점심은 어떤 의미일까. 일하는 이들에게는 집 밖에서 먹는 식사다. 어머니가 아닌 요리사의 손맛과 가정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특별한 점심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초가을날,거리에서 점심을 때우는 이들이 있다. 동대문 풍물시장 보도에서 잡화를 취급하는 노점상 김 할아버지(77)는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여기 노점상들한테 점심 뭐 먹느냐고 묻지마.노점하는 사람들이 무슨 끼니를 챙겨.거의 그냥 걸러.물건도 안 팔리고."

음식을 파는 노점상은 사정이 다를까. 붕어빵을 굽는 박 모 아주머니와 떡볶이,어묵을 파는 이 모씨는 주말에는 낮 12시부터 일한다. "파는 음식을 먹고 있기는 좀 그래.손님들 보기에 안 좋을까봐." "손님 없을 때 떡볶이 몇 개 몰래 집어 먹으면 그게 점심이고 저녁이야."

성북구의 한 대학 교정은 대학생으로 북적인다. 캠퍼스 커플인 이슬기 씨와 조현기 씨(사회학과)는 벤치에 앉아 점심으로 삼각김밥과 우유,과자를 먹고 있다. "2500원이면 밥에 국을 먹죠.그런데 학생식당은 이 시간에 30분 정도 줄서야 해요. " 학교 앞 식당은 찌개,덮밥류가 평균 5500원이라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씨는 고시원 방값 35만원을 제외하고 25만원이 생활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