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간 디벨트는 27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12시간을 재구성했다. 이날 하루 메르켈 총리의 행보는 2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난맥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이다.

◆오전 9시=베를린 빌리브란트1가 10557 총리관저.아침식사를 겸한 내각회의의 공식 안건은 '아동성폭력 방지'.하지만 실제로 논의된 주제는'재정위기 대책'이었다. 회의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해온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또다시 엇박자가 빚어진 것이다. 유일한 성과라면 유럽중앙은행(ECB) 수뇌부와 유로존 국채매입 결정을 놓고 마찰을 빚다 최근 사임한 '매파' 위르겐 스타크 ECB 이사 후임으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합리적 온건파'인 외르크 아스무센 재무차관을 확정했다는 점 정도다.

◆오전 10시=총리관저에서 3㎞ 떨어진 독일기업인협회 본부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그리스 총리는 "힘을 합쳐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부자 이웃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오전 11시반=메르켈 총리가 기업인협회 콘퍼런스에 동참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와 가능한 한 모든 협력을 다하겠다"는 공식적인 발언만 조심스레 내놨다.

◆낮 12시45분=연정 내 소수당인 자유민주당(FDP) 소속 필립 뢰슬러 경제장관의 전기출간회에 참석했다. "질서 있는 그리스 디폴트"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메르켈 총리를 당황케 한 인물이다. 12분 만에 메르켈 총리는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오후 3시반=이날 일정 중 가장 고달픈 장애물이 메르켈 총리 앞에 놓였다. 29일 독일 하원에서 표결할 EFSF의 기능확충 및 실질대출여력 확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EFSF 확충안에 대해 11명의 여당의원이 반대,2명이 기권의사를 표명했다. 독일 하원의 과반수인 330석을 집권 연정이 확보하고 있지만 이미 13명의 의원이 이탈 의사를 밝힌 셈이다. 7명만 더 이탈표가 나오면 EFSF 확충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메리켈은 총리관저에서 이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설득작업을 계속했다.

◆오후 8시=그리스 총리와 늦은 만찬 시간.만찬 전 한 시간가량 계속된 기자회견에선 "독일은 그리스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불안감을 없애려 노력했다. "그리스가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기대를 충족할 준비가 돼 있다고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외신들은 "그리스 의회가 추가 긴축안 의회 처리를 10월 말로 미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