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잘 나가는 '한국 외식 점포' 가보니…고가전략에도 점심장사 2회전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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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갈비, 月 매출 1억 넘어…한국 맛에 중국 문화 결합
분식점 '아딸'도 인기
분식점 '아딸'도 인기
사방에 사무실이 몰려 있는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샤오윈로 광안빌딩 1층.간판엔 한글로 된 '놀부항아리갈비' 옆에 '향옹고육'이란 한자를 나란히 써놓았다. '항아리에 숙성한 고기구이'란 뜻이다. 놀부 항아리갈비 베이징 직영점이 문을 열고 있는 곳이다. 330㎡(100평) 남짓한 이 곳은 점심 때도 고기를 먹는 중국인들로 만원을 이뤘다. 덕분에 점심 장사는 2회전이 무난하다. 저녁 장사는 9시 이전에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관습 탓에 1회전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현지에서 만난 고병직 놀부 중국현지법인 총경리는 "2006년 문을 연 지 5년 만에 중국사업이 확장기에 접어들 정도로 대박점포가 됐다"고 말했다.
놀부가 베이징에 진출한 것은 2006년 10월.항아리갈비 베이징점은 현재 월 75만위안(1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인건비와 매장임대료,식재료비 등을 뺀 순이익(세전)은 매출의 38% 선인 28만5000위안(5130만원)이다.
항아리갈비의 메뉴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주력상품인 고기류는 돼지고기 400g에 78위안,650g에 128위안을 받는다.
놀부가 대박점포를 일궈낸 핵심전략은 현지화다. 한국적인 맛을 기본으로 하되 중국인들의 외식문화에 맞춘 시스템을 접목한 것.용기나 술잔,메뉴(브랜드)를 마련할 때도 중국인의 취향을 고려했다. 칵테일 메뉴에는 '황제의 비밀' '황후의 선택' '미래의 CEO(최고경영자)를 위하여' 등 의미 있는 이름을 담았다.
이런 사례는 전통한식 레스토랑인 '수라온'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288위안짜리 고가 메뉴인 '신선로'는 식재료별로 춘하추동 네 가지 메뉴가 준비돼 있다. 더운 여름철에 나오는 신선로는 메뉴판에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이라고 적혀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중국 엘리트층의 특성을 메뉴판에 반영한 전략이다.
분식점인 '아딸'도 베이징시 하이디앤구 우다오커우(五道口) 대학촌에 지난 7월 초 문을 열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유명 대학 10여개가 자리잡은 이 지역은 음식점,주점,카페,나이트클럽 등이 몰려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베이징 최대 대학상권 한복판에 한국 분식점이 파고든 것이다. 이준수 아딸 가맹본부 이사는 "112㎡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가 90만원에서 720만원으로 8배 껑충 뛰어올랐다"며 "3년간 총 투자비가 1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용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한국 외식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