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성급했던 박원순 변호사
올해 서울시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한강 수중보 철거 논란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야권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수중보 철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박대해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27일 서울시 국정감사장에서 "한강 잠실보와 신곡보를 철거하면 수위 하락으로 취수가 불가능해져 10개의 취수장을 이전해야 한다"며 "취수장을 팔당댐 상류지역으로 옮기면 이전비용이 약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박 의원의 주장은) 필요하지 않은 공사를 가정해 계산한 터무니없는 상상에 불과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사실상 박 변호사 지지세력인 이 단체는 "수중보를 철거하더라도 취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이전 예산도 많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취수장 건설 비용뿐 아니라 새로 설치될 수도관 비용까지 합하면 2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수장이 잠실보 상류에 있다고 해도 수중보가 없어지면 상류 지역의 수위가 지금보다 절반가량 낮아져 현 취수장에서는 취수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 온 한강 르네상스 사업 예산은 5488억원이다. 박 변호사를 비롯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이 사업이 겉치레에만 치중하는 예산 낭비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20년 넘게 멀쩡히 운영돼온 수중보를 뜯고 '모래밭에 거친 물살이 넘실대는 한강'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2조원 규모의 토목사업을 꺼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변호사 측은 "한강 수중보 문제에 대한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 확정된 공약 차원의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 20일 시장 출마회견에서 "자연형 한강을 복원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볼 때 갑자기 불거진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박 변호사는 현재로선 야권에서 가장 앞선 시장 후보다. 그런 만큼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게 맞다. 박 변호사가 1000만 서울시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시장직을 행여나 환경단체의 수장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