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보수석, 76학번 아니면 안된다?
청와대 홍보수석에 지난 27일 내정된 최금락 SBS방송지원본부장(53)과 김두우 · 홍상표 전 홍보수석,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게 뭘까. 우선 언론인 출신이며 이명박 정부의 홍보수석을 지냈거나,곧 맡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4명이 모두 1976년 대학에 입학한 '76학번' 동기란 점이 눈에 띈다.

최 내정자와 전임인 김 전 수석,현 정부 초대 홍보수석인 이 특보는 모두 서울대 76학번이다. 최 내정자가 무역학과를 졸업했고,김 전 수석은 외교학과,이 특보는 정치학과를 나왔다.

최 내정자는 이 특보와 대학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김 전 수석과 이 특보도 서울대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 나머지 한 명인 홍 전 수석도 학교는 다르지만 76학번이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언론사에서 주로 정치부 기자로 뛰었다는 경력도 같다. 최 내정자는 MBC에서 일을 하다가 SBS로 옮겨 정치부장과 보도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전 수석과 이 특보는 각각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정치부장을 지냈다. 홍 전 수석은 연합통신 정치부 기자와 YTN 정치부장,보도국장 등을 거쳤다. 정치부 기자 시절 이들은 모두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명박 정부의 홍보수석은 '정치부 기자 출신 76학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엔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76학번이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다. 임 실장은 나이로는 75학번이어야 맞다. 하지만 대학입시에서 재수를 하는 바람에 서울대 경영학과 76학번이 됐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일찌감치 정치권에 발을 담근 임 실장은 최 내정자는 물론 김 전 수석,홍 전 수석,이 특보 등과 정치인 대 기자로 잘 알고 지낸 사이다. 청와대 전 · 현직 참모진의 76학번 동기회를 만든다면 임 실장이 좌장을 할 게 틀림없다.

각 부처에도 76학번은 주요 포스트에 포진해 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서울대 서양사학과)과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서울대 경제학과)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의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무역학과),유승민 최고위원(경제학과)과 김부겸 민주당 의원(정치학과) 등이 서울대 76학번 동기다.

이들 76학번은 한국 엘리트 사회의 커다란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의 고교 평준화 조치로 인해 사라진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등 소위 명문고의 마지막 비평준화 세대란 점이다. 이들이 대학뿐아니라 고교까지도 동문으로 얽히고 설켜 끈끈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마지막 학번이란 얘기다. 그만큼 유대감도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76학번은 명문고 입시 마지막 세대란 특징 외에도 당시 긴급조치 9호가 발령된 암울한 정치상황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공통점이 있다"며 "잦은 데모와 휴교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날이 많아 일부는 운동권이나 언론계로,일부는 고시를 통해 관료가 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76학번들이 번갈아 맡고 있는 게 결코 우연만은 아닌 셈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