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6.8% 증가한 10조 1107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올해보다 2만1000개가 늘어난 55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취로사업을 비롯해 사회서비스 등 청년 실업을 고려한 단기형 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확대가 최선의 복지라는 점에서 일자리 예산의 증가는 분명 옳은 방향이다. 실제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청년 실업자의 소외감이나 격리감을 해소하고 사회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진정한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 낸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단기적 효과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기업이 지불할 임금 수준에 압력을 가하게 되고 인플레를 유발하며 그 결과 경제성장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전지출로 생계를 영위하는 '조세소득시민'이 시장에서 소득을 올리는 '시장소득시민'보다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을 수는 없다. 조세시민의 소득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시장소득시민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복지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만 그것이 갖는 함정에도 주목해야 마땅하다. 1980년대 대처 정부가 영국 경제 쇠퇴의 주범으로 정부의 고용 보호정책 덕에 이득을 보는 사람들을 지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라야 진정한 실업대책이 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탈규제와 국가 개입의 후퇴야말로 시장의 인센티브를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진정한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가 하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동안 두 명의 실업자가 생긴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세계의 진면목이다. 단기적인 실업 대책에 급급한다면 실업 예산은 갈수록 눈덩이로 변하고 말 것이다. 선거철 일자리 확대가 국민들에게 먹히는 정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칫 조세소득시민만 늘리고 시장소득시민은 더욱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