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책 전문가들은 집권세력인 여당과 정부가 정책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고,국회 입법과정에서 뒤집히는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은 레임덕과 내년 선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권세력이 정권 후반에 가서 정책 방향을 두고 서로 틀어진 것을 단순히 레임덕으로만 보기 힘들다"며 "레임덕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표퓰리즘' 경향이 결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씨는 "지난 4 · 27 재 · 보선에서 패한 뒤부터 정부의 정책 주도권이 여당에 넘어가기 시작했다"며 "추가감세 철회 등을 거치면서 이런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데 의약품 슈퍼 판매마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면 레임덕이 절정에 달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 · 여당 간 충돌 현상은 민주주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계라는 해석이 많다. 삼권 분립의 정신에 따라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서로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여당은 정부와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보고,정부는 여당이 인기가 더 없다고 보니까 서로 계산에 의해 행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눈에 보이는 지지세력을 좇는 편이 더 쉽고,그렇게 정책이 확정된다는 진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 편익이라는 점에서만 보면 시비가 쉽게 갈리는 문제"라며 "하지만 편익은 다수(국민 전체)에게 조금씩 가지만,손실은 시끄러운 소수(약사회)에게 크고 분명하다 보니 잘 뭉쳐진 이익집단을 좇아 정치인들이 행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이 표를 쥐고 있는 이익집단만을 의식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나라 전체에 만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정권 말기에 선거까지 겹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김성주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리더십을 새로 만들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민들도 나라를 위한 길을 바로 보고 선거에서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후/김정은/허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