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값싼 전기요금이 전력대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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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로 과다수요 줄이고 수급 반영해야 더 큰 大亂 막아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얼마 전 늦더위로 냉방기 가동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전력 예비율이 임계치 이하로 떨어졌고,급기야 순환단전 사태가 빚어졌다. 1960년대 중반 무제한 송전시대가 시작된 이후 처음 겪는 전력대란이었다. 전력대란의 근원은 팽창하는 수요에 비해 워낙 부족한 설비용량에 있다. 평소엔 그럭저럭 견디지만 갑자기 덥거나 추워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면 예비율이 위협받는 상황인 것이다. 순환단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광역정전 사태로 진전될 위기에서 곡예를 해왔다.
순환단전을 이해하기 위해 짐을 나르는 당나귀를 생각해보자.당나귀가 감당할 만큼만 짐을 싣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짐을 조금씩 더 많이 싣는다면 당나귀는 힘겨워 할 것이고 그래도 더 싣는다면 종내에는 주저앉을 것이다. 발전소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불을 켜고 모터를 돌리고 냉방을 가동하는 행위는 정확히 발전기라는 당나귀 등에 짐을 싣는 행위와 같다. 전력소비가 계속 증가하면 당나귀가 힘겨워하듯 발전기도 과부하에 시달린다. 소비증가가 위험수준을 넘어서면 당나귀가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듯 발전기가 망가지는데,이 사태를 막는 최후 수단이 광역정전이다.
순환단전은 광역정전을 미리 막으려는 조치다.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지역들에 대해 돌아가며 한두 시간씩 단전함으로써 발전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난데없는 단전에 적지 않게 피해를 입지만 광역정전으로 입게 될 더 큰 피해를 막는다.
발전설비용량에 숨통이 터지려면 현재 건설 중인 발전기가 여럿 완공되는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발전소 건설계획 수립과정에서 급증할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장기 수요예측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추세에서 추출한다.
그러나 그 동안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은 기름과 가스 난방을 전기난방으로 바꾸는 등 다른 연료로 쓰던 용도에까지 전기를 쓰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예상 못한 과다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지속되면서 전기수요는 여전히 급증하는 중이다.
순환단전은 정부 인가 요금 체제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재의 요금이 10이고 최대 공급능력이 900인데 전기를 쓰겠다는 수요가 1000이면 최소한 수요 100을 차단해야 광역정전을 막는다. 전력거래소가 임의로 수요 100을 차단한다면 어떤 사람은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긴급 수술환자가 정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순환단전은 무차별적인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쓰이는 전기만 골라서 단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기요금을 시장에 맡긴다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전기가 모자라면 시장은 그 시간대의 전력 요금을 예컨대 20으로 올릴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던 소비자는 스위치를 내리겠지만 긴급 수술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여전히 전력을 사용할 것이다. 순환단전과 마찬가지로 수요차단이 이뤄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수요차단은 강제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전력을 쓰던 사람들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린 결과이므로 느닷없는 순환단전과 같은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항상 실시간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지적이 있지만,위기에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때에는 순환단전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알릴 수도 있고 소매전력업자가 직접 알려올 수도 있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하면 불요불급한 전력사용은 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이뤄지도록 미리 프로그램해 둘 수도 있다. 공급능력이 달릴 때는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시간대별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요금이 책정되도록 전력부문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희생양 몇 명을 징계하고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순환단전을 이해하기 위해 짐을 나르는 당나귀를 생각해보자.당나귀가 감당할 만큼만 짐을 싣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짐을 조금씩 더 많이 싣는다면 당나귀는 힘겨워 할 것이고 그래도 더 싣는다면 종내에는 주저앉을 것이다. 발전소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불을 켜고 모터를 돌리고 냉방을 가동하는 행위는 정확히 발전기라는 당나귀 등에 짐을 싣는 행위와 같다. 전력소비가 계속 증가하면 당나귀가 힘겨워하듯 발전기도 과부하에 시달린다. 소비증가가 위험수준을 넘어서면 당나귀가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듯 발전기가 망가지는데,이 사태를 막는 최후 수단이 광역정전이다.
순환단전은 광역정전을 미리 막으려는 조치다.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지역들에 대해 돌아가며 한두 시간씩 단전함으로써 발전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난데없는 단전에 적지 않게 피해를 입지만 광역정전으로 입게 될 더 큰 피해를 막는다.
발전설비용량에 숨통이 터지려면 현재 건설 중인 발전기가 여럿 완공되는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발전소 건설계획 수립과정에서 급증할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장기 수요예측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추세에서 추출한다.
그러나 그 동안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은 기름과 가스 난방을 전기난방으로 바꾸는 등 다른 연료로 쓰던 용도에까지 전기를 쓰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예상 못한 과다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지속되면서 전기수요는 여전히 급증하는 중이다.
순환단전은 정부 인가 요금 체제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재의 요금이 10이고 최대 공급능력이 900인데 전기를 쓰겠다는 수요가 1000이면 최소한 수요 100을 차단해야 광역정전을 막는다. 전력거래소가 임의로 수요 100을 차단한다면 어떤 사람은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긴급 수술환자가 정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순환단전은 무차별적인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쓰이는 전기만 골라서 단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기요금을 시장에 맡긴다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전기가 모자라면 시장은 그 시간대의 전력 요금을 예컨대 20으로 올릴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던 소비자는 스위치를 내리겠지만 긴급 수술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여전히 전력을 사용할 것이다. 순환단전과 마찬가지로 수요차단이 이뤄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수요차단은 강제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전력을 쓰던 사람들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린 결과이므로 느닷없는 순환단전과 같은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항상 실시간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지적이 있지만,위기에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때에는 순환단전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알릴 수도 있고 소매전력업자가 직접 알려올 수도 있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하면 불요불급한 전력사용은 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이뤄지도록 미리 프로그램해 둘 수도 있다. 공급능력이 달릴 때는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시간대별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요금이 책정되도록 전력부문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희생양 몇 명을 징계하고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