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가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29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급락장이 이어진 지난달 5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7000선을 회복해 상대적으로 시장 대비 빠르게 주가를 회복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25분 현재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전날보다 310.66포인트(4.64%) 뛴 7002.26을 기록 중이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4% 가까이 올랐고, 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등이 3∼13%대 급등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다른 업종 대비 선제적으로 업황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강세로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이라고 풀이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0.7배 수준으로 PBR 1배를 웃도는 증시 평균 대비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하반기에 실적 모멘텀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장부가치(북밸류)를 고려해 살만 한 가격대"라고 진단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100원 넘게 뛰면서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실적 기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간"이라며 "이후에도 기술적 반등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104.4원 뛰었다. 지난달 말 1066.8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1195.80원까지 상승,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아울러 3분기 말을 앞두고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들이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윈도드레싱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만큼 외국인과 기관이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경우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을 것으로 풀이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포트폴리오에서 IT주 비중을 줄여놓은 기관들의 경우 분기말을 맞아 윈도드레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주와 업종대표주를 선호하는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IT 업종 매수 비중이 높을 수 있고, 이날 삼성전자 강세도 이 같은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거래일, 4거래일 연속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매수 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전 거래일 IT주 매수에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IT주가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 팀장은 "4분기 시장이 반등하는 구간에서 전 업종이 상승하면서 뚜렷한 주도업종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IT주의 경우 자동차와 화학 등 상반기 주도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팀장은 "올 4분기와 내년 초까지 IT주 주가 흐름이 긍정적일 것"이라며 "아직 증시 변동성이 높다는 점에서 IT주 가운데서도 대형주, 업종 대표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각에선 유럽 재정위기와 더블딥(이중침체) 문제로 인해 추가적으로 증시가 흔들릴 수 있는 시점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팀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문제 등으로 정책 리스크가 워낙 크게 작용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봉합하려는 각국 정부의 의지가 기술적 반등을 이끌고 있지만 이벤트에 일희일비하는 증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