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金…"금도 못믿는다" vs "믿을 건 금뿐"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이 금융시장의 패닉에 휩쓸리면서 금 투자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28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은 온스당 1618.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5일 사상 최고치 기록인 1900.23달러보다 15%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금값은 지난 한 주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급락하며 6.6%가 빠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부장은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팔고 있다"며 "금도 안전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값은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금을 안전자산으로 믿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증시와 함께 추락했다는 것이다.

기로에 선 金…"금도 못믿는다" vs "믿을 건 금뿐"
또 다른 한켠에서는 금값 하락이 또다시 상승세를 타기 위한 단기적인 바닥 다지기일 뿐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주요 원자재 중 금(-6.6%)의 하락폭이 가장 작았고, 하락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 은값은 17.7%, 구리 11.7%,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2%, 밀 8.5%가 떨어졌다.

물가 리스크가 지속되고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 매입량을 늘리는 것도 금값 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계속되며 안정적인 물가구간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태국, 볼리비아, 그리스 등의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고 중이다.

이석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금값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초반에 급락하다 재차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며 "온스당 1500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3월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를 찍은 이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며 두 달간 20% 가량 폭락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일주일 간 10% 이상 급등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경기상황이 2008년 10월과 비슷하다"며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진 경우 대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극대화되는데 지금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