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과 우리 정부의 힘겨루기에 게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카테고리에 '게임 항목'이 열리지 않아 좋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단시일 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애플,구글은 한국 정부의 규제가 여전히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령까지 수정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갈등을 빚은 첫 발단은 게임 사전심의제였다. 애플,구글은 사전심의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라는 점을 비판했다. 폭력물이든 음란물이든 게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 개인의 자율적인 권한인데 한국 정부가 사전심의를 통해 그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서였다. 애플,구글은 결국 한국 앱마켓에만 게임 항목을 닫아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모바일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만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지경에 놓인 것.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게임 사전심의제를 완화하고 자율등급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개정안은 고스톱 · 포커 등 웹보드 게임물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을 제외하고는 사전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도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게임 항목을 열지 않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내부 협의 중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 측도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올해 실적 목표를 낮추고 있다. 모바일 게임 1위 업체인 컴투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433억원에서 39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애플,구글이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개정안의 '자율등급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이기정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자율심의제에서도 등급을 부여해야 하는데 애플 구글의 등급 규정과 국내 등급제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스톱,포커 등 카드게임의 경우 국내에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매겨지지만 애플과 구글은 통상 12~15세 등급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만 16세 미만 이용자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모바일 게임에도 2년 뒤 적용될 것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갖가지 규제를 피해가며 게임 항목을 여느니 차라리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애플 구글의 솔직한 속내다.

이처럼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지자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수준이면 구글과 애플이 국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열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며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지 않아 수많은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국적을 속이고 외국 계정으로 게임을 다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 카테고리

애플의 앱스토어,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등에서 거래되는 앱을 유형별로 분류해 놓은 것을 일컫는다. 이용자가 원하는 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게임,도서,교육,경제,음악,뉴스,스포츠 등의 항목이 대표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