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법 질서 세우려면 법원이 중심잡아야"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29일 "법원이 중심을 잡고 판결해야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경찰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곳이 법원"이라며 "판사들이 제대로 판결해야 법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총수가 공개적으로 사법부에 엄격한 판결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 청장은 "법원이 피고인을 불구속으로 풀어주면 '정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법 감정"이라며 "경찰도 경찰이지만 판사들이 판결로 (경찰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찰의 강력한 대처에도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 관행으로 인해 불법 집회 · 시위가 이어진다는 경찰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지난 1월 쌍용차 정리해고를 비판하는 집회 장소를 마음대로 변경했다가 기소된 민주노총 간부와 지난 8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경찰을 때렸다가 기소된 민주노동당 간부에게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따른 우회적인 불만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 청장은 "(원칙에 따른 대처 이후) 2009년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법질서가 확립되고 있다"며 "내가 청장으로 있는 한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는 등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집회 · 시위에 대해서는 물대포를 동원하는 등 강력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