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또 막말 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지사는 지난 28일 한 포럼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바위에 떨어져 돌아가셨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굉장히 징조가 좋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지사는 이전에도 간간이 발언 파문을 빚곤 했다. 지난 6월엔 '따먹는다'는 발언으로 여성계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일본 대지진 때는 트위터에 "사망 실종만 2500여명.한반도를 이렇게 안전하게 해주시는 하느님께,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지사의 이번 발언은 그러나 이전과 사뭇 다르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28일 특강에서 그는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신도시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40년간 묶어 놓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만든 보금자리주택일 뿐"이라고도 했고,"대통령이 인기관리를 하면 포퓰리스트이지,주체가 아니다"고도 공격을 쏟아냈다. 본인 말처럼 '수양이 부족하고 말이 거칠어' 즉흥적으로 나온 실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 지사의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은 최근 달라진 정치 지형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한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하면 김 지사가 그나마 유력한 대선주자로 평가받아왔다. 10월 재 · 보선이나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와 경쟁할 대선주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는 이달 초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들과 만나 "나는 대권주자도 아니고 촌사람" "경기 도지사를 열심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를 낮춰왔다. 그러나 '안철수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며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자신의 지지도는 낮은 수준에서 머물자 '강자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이즈 마케팅이나 강자 마케팅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을 적나라하게 거론하는 것은 국민들의 아픈 기억을 되살릴 뿐 아니라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발언은 '저주'에 가깝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더 많은 것을 잃지 않을까. 김 지사의 행보가 불안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