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HIV에 오염된 혈우병 치료제 때문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됐다며 박모씨(24) 등 혈우병 환자(에이즈 감염자) 16명 및 가족들이 제약회사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9일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일부 원고들은 치료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HIV에 감염되지 않았고,치료제 투여 후 감염이 확인됐다”면서 “역학조사 결과 녹십자홀딩스의 치료제를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률이 다른 치료제를 활용한 환자 집단에 비해 높았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녹십자홀딩스가 치료제 제조를 위해 혈액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혈액 제공자가 에이즈 감염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녹십자홀딩스의 과실과 원고들의 에이즈 감염과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 등은 녹십자홀딩스가 세운 한국혈우재단 회원으로 가입해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아 오다 1991년~1994년 사이 전원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이중 1980년대생인 박씨는 만 4세,김모씨(25)는 만 5세,이모씨(22)는 만 3세,전모씨(23)는 만3~4세에 감염되는 등 원고 중 절반 가까이가 성인이 되기 전 에이즈 환자가 됐다.

1심은 치료제 투여로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점을 인정해 이씨에게 3000만원을,이씨 가족에게 2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나머지는 감염 사실을 안지 10년이 넘어 소송 시효가 소멸했다며 패소 판결했다.반면 2심은 “치료제와 에이즈 감염 사이 연관성이 없다”며 이씨를 포함한 원고 전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