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안나잖아! 어떻게 이렇게 했지? BMW도,우리도 못했는데…."

현대자동차의 'i30'를 살펴본 후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64)이 내뱉은 말이다. 빈터콘 회장은 지난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폭스바겐 임원들을 질책했다. 이 모습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라온 후 8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독일의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주간지 슈피겔 등 현지 언론들은 28일(현지시간)'격노한 직설적인 회장님' 등의 제목으로'열 받은'빈터콘 회장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15일 처음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빈터콘 회장이 현대차의 신형 i30를 4분여가량 둘러보는 장면을 담았다. 주요 임원들과 함께 현대차 부스로 들어온 그는 i30의 해치백 도어 구석구석을 눌러보며 재질을 확인하고 보닛과 앞 범퍼를 손으로 쓸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안주머니에서 펜 모양의 계측장치를 꺼내 두 패널 사이의 길이도 확인했다.

빈터콘 회장은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 높낮이를 조절해보며 디자인 담당 임원에게 호통을 쳤고 "방법은 있는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라고 답변하자 "왜 이건 가능하지?"라며 불평 섞인 목소리로 따져물었다.

한델스블라트는 i30가 폭스바겐의 골프와 경쟁 차종이라고 소개하며 "완벽주의자인 빈터콘 회장이 쓴맛을 봤다"고 평가했다. 슈피겔도 "i30를 타 본 빈터콘 회장의 기분이 나빠 보였다"며 "이유는 한국차의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반대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이 글로벌 선두 주자인 폭스바겐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신형 i30'와 'i40' 등 'i'시리즈 디젤 모델의 연비와 출력 성능은 폭스바겐에서 생산하는 경쟁 모델 골프와 파사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다음달 국내시장 출시를 앞둔 신형 'i30' 1.6 디젤 모델의 연비와 출력은 각각 20㎞/ℓ(자동변속기 기준),128마력으로 알려졌다. 출력 면에서 동급인 폭스바겐 골프 1.6 TDI의 105마력보다 앞서고 연비는 골프 1.6 TDI의 21.9㎞/ℓ에 약간 못 미치지만 구형 i30(18.1㎞/ℓ) 보다 개선됐다.

현대차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i30를 공개하고 체코공장에서 생산,내년부터 유럽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i40는 파사트 2.0 TDI보다 배기량이 작은 1700cc 엔진을 탑재했지만 비슷한 출력을 내며 연비는 오히려 앞선다"며 "현대차가 폭스바겐 수준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해영/전예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