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현 "기업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여선 곤란"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는 "동반성장 정책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제3자인 정부가 기업 간 거래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은 기업을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하고 기업도 정치판을 기웃거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오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한국경제 향후 50년을 위한 경제계의 역할 재정립' 주제의 세미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세미나는 출범 50년을 맞은 전경련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교수는 "성장의 혜택이 여러 기업과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인 성장이 필요하지만,혜택을 많이 본다고 여겨지는 대기업 집단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여러 압력을 동원하거나 시장에 개입해 자원배분을 강제하는 대증적인 처방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도 "지금 위기는 한국의 정치가 초래했다"며 "(기업의 끝없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른바 자본주의 4.0은 자본주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좌 이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결된 네트워크 자본주의에서 수정자본주의,사회민주주의로 가면 더불어 살 수 있다고 하는데,이는 다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도 토론에서 "전경련은 준정부 기구가 아니라 도덕성이 없는 법인으로 여기에 사회적 책임을 거론해서는 곤란하다"며 "자본주의 4.0 같은 얘기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도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해만 대변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가경제와 사회복지,외교 · 안보와 통일까지 생각하는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공익적 싱크탱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자율을 강조한 신자유주의가 정부와 시장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로 전환됐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