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MB 자문했던 박원순, 현정권과 경계 모호"
"방송국 앵커시절부터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딸한테도 박영선처럼 되라고 한다. "

29일 서울 인헌동 인헌시장(옛 원당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똑부러진 의원'으로 기억했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과 할머니들은 "TV화면보다 예쁘다"며 손을 내밀었다. 정부 · 여당의 '저격수'로 불려온 박 후보 입장에서는 국회에서는 좀체 들어볼 수 없는 덕담인지라 쑥스런 웃음을 지었다. 시장 상인들의 손길에서 민주당 후보 확정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추미애 의원이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추 의원의 부모가 이곳 시장에서 세탁소를 했었기 때문인지 추 의원을 반기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박 후보는 "오세훈식 콘크리트식 지원이 아니라 재래시장의 특성을 살릴 수 있으면서 주차시설을 마련하는 데 각별히 신경쓰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오전 9시 영등포 당사에서 선거대책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일정에 들어간 박 후보는 디지털단지 벤처기업인 간담회,시장방문,특강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첫 외부일정인 디지털단지 벤처기업인 간담회에는 경선에서 경쟁대상인 천정배 최고위원을 지원했던 정동영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박 후보는 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 '젊은이펀드'를 만들어 서울에서도 제2의 스티브 잡스,마크 저커버그가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개발 인력이 대기업을 선호해 인력난이 심하다" "사내 보육시설이 없어 직장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기가 버겁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후보는 "박원순 변호사는 시민운동가로서는 참 아름다운 분이지만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자문역을 한 것이나 거액의 재벌 후원금을 받은 것과의 경계선을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고 싶다"며 각을 세웠다. 그는 "이 대통령이 (박 변호사에게) 기부한 인연도 있다고 하는데 찝찝한 부분이 있다"며 "박 변호사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명박 정부와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펀드의 흥행에 대해선 "모금 전문가다운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도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것은 개인의 철학과 같이 가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아들의 이중 국적 논란에는 "남편이 미국 동포였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중 국적을 갖게 됐다"며 "남편은 지난 6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고 아들은 18세까지 미국 국적이 취소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