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 선진국 경기부진 직격탄
4분기 이후가 더 걱정…정부, TF 가동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등 올 들어 유럽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주력 정보기술(IT) 관련 품목의 수출 상황은 이달에도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실물경제 동향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각 주력 업종별 수출상황 점검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가전 수출 빨간불
KOTRA와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4분기 KOTRA-SERI 수출선행지수'가 53.6으로 직전 분기보다 4.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다만 기준치인 50은 넘었기 때문에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지수는 50 이상이면 전 분기 대비 수출 호조,미만이면 전 분기 대비 수출 부진을 의미한다.
4분기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복병은 미국경기 둔화,그리스 디폴트 위기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났다. 4분기 수입국경기지수는 45.8로 3분기 대비 9.8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유럽지역 수출선행지수가 기준치를 밑도는 48.8로 떨어지면서 수출 감소가 예상됐다. 북미지역은 4.4포인트 하락한 52.8을 나타냈다. 중남미와 중국도 각각 9.2포인트와 8.6포인트 낮아졌다.
품목별로는 컴퓨터(45.2)가 전체 품목 중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고 반도체(48.7),LCD(46.4),가전(49.3) 등이 기준치보다 낮아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발표한 수출경기전망지수(EBSI) 역시 전 분기보다 18.2포인트 하락한 89.8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10분기 만이다. EBSI 지수가 100 이하면 직전 분기보다 수출경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수출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김종민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대외여건 불안으로 기업들은 수출급증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며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지역의 경기 부진이 기업들에 큰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
수출 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수출 주력인 IT 업종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자동차 철강 등 수출을 견인했던 품목들의 4분기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D램 단가 하락 등으로 지난 4월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째,디스플레이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9월 무역수지는 8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지난달에 비해선 흑자폭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올초부터 시작된 IT 품목의 수출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이날 자동차 철강 등 9대 업종별 협회와 중소기업 대표,KOTRA 등 지원기관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물경제 점검 TF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업종 대표들은 전자 반도체 조선 등이 선진국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장이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정/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