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패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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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대통령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미국에선 공화당 사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한 달 새 의상과 머리 손질비로 15만달러(2억 원)를 썼다는 기사가 터졌다.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의 2주 봉급 2만2800달러(3200만원)는 매케인 캠프 스태프 급여 중 최고라고도 했다.
페일린 쪽에선 옷은 공화당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구입한 무대나 조명과 같은 것이고,선거 후엔 자선단체에 기증할 거라고 항변했지만 네 아이를 둔 억척맞은 하키맘 이미지는 여지 없이 구겨졌다. '얼짱에 세련됐다'던 평은 하루아침에'사치스러운'으로 돌변했다.
외모가 뉴스,뉴스가 이미지를 결정하고,스타일이 권력을 움직인다는 시대다. 여성은 더하다. 남성도 그렇지만 여성 정치인의 경우 무슨 정책을 내놓고 무슨 말을 했나보다'어떻게 생겼다''뭘 입었다'가 먼저 입에 오르내린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었는지까지 보도됐다는 마당이다. 그러니 여성 정치인들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나경원 · 박영선 두 여성 후보가 28일 똑같이 붉은색 재킷에 검정색 이너웨어와 바지를 입고 등장한 것도 선거 캠프의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을 게 틀림없다.
일하는 여성 사이에 빨간 재킷이 선호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故) 김자경 오페라단 단장(1917~1999)만 해도 일찍이 '빨간 옷의 성악가'로 유명했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데다 눈에 잘 띄어 존재감을 높이기 좋다는 이유였다.
두 여성 후보가 빨간 재킷을 고른 까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빨간 재킷이라도 스타일이 달랐으니 어느 쪽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빨간 재킷 외에도 두 사람의 패션 경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나 후보는 평소 고수하던 세련된 정장을 벗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박 후보는 밝은색 셔츠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으려 애쓴다.
대중과 언론은 늘 이중적이다. 말로는 정책 공약과 인간됨이 중요하다면서 실제론 외모와 분위기를 판단 기준으로 삼기 일쑤다. 하지만 이미지 중심의 투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 본심과 진짜 성향,능력을 따지는 자세와 혜안이 필요한 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페일린 쪽에선 옷은 공화당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구입한 무대나 조명과 같은 것이고,선거 후엔 자선단체에 기증할 거라고 항변했지만 네 아이를 둔 억척맞은 하키맘 이미지는 여지 없이 구겨졌다. '얼짱에 세련됐다'던 평은 하루아침에'사치스러운'으로 돌변했다.
외모가 뉴스,뉴스가 이미지를 결정하고,스타일이 권력을 움직인다는 시대다. 여성은 더하다. 남성도 그렇지만 여성 정치인의 경우 무슨 정책을 내놓고 무슨 말을 했나보다'어떻게 생겼다''뭘 입었다'가 먼저 입에 오르내린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었는지까지 보도됐다는 마당이다. 그러니 여성 정치인들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나경원 · 박영선 두 여성 후보가 28일 똑같이 붉은색 재킷에 검정색 이너웨어와 바지를 입고 등장한 것도 선거 캠프의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을 게 틀림없다.
일하는 여성 사이에 빨간 재킷이 선호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故) 김자경 오페라단 단장(1917~1999)만 해도 일찍이 '빨간 옷의 성악가'로 유명했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데다 눈에 잘 띄어 존재감을 높이기 좋다는 이유였다.
두 여성 후보가 빨간 재킷을 고른 까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빨간 재킷이라도 스타일이 달랐으니 어느 쪽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빨간 재킷 외에도 두 사람의 패션 경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나 후보는 평소 고수하던 세련된 정장을 벗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박 후보는 밝은색 셔츠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으려 애쓴다.
대중과 언론은 늘 이중적이다. 말로는 정책 공약과 인간됨이 중요하다면서 실제론 외모와 분위기를 판단 기준으로 삼기 일쑤다. 하지만 이미지 중심의 투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 본심과 진짜 성향,능력을 따지는 자세와 혜안이 필요한 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