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가 맥을 못 추면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다른 해외지역 펀드보다 더욱 가파른 수익률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스펙트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국내 출시된 중국 펀드들의 한달 평균 수익률은 -10.47%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지역 펀드 중 러시아(-12.26%)를 제외하고는 가장 부진한 수익률이다. 중국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23.59% 뒷걸음질쳤다.

개별펀드 중에서는 홍콩 H지수의 1.5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펀드들의 수익률 악화가 두드러진다.

'ING차이나Bull 1.5배' 펀드가 3개월 수익률 -37.94%로 부진하며, '한화차이나H 스피드업1.5배' 펀드도 -37.35%를 기록중이다.

이 밖에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 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 -37.82%, 'JP모간차이나' 펀드는 -32.61%,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오퍼튜니티' 펀드는 -28.71%, '동부차이나' 펀드는 -28.58%,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펀드는 -26.77%를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중국 본토와 홍콩 H주 등 중화권 증시에 함께 투자하는 펀드들은 수익률이 선방하는 편이다. 'PCA ChinaA&H적립식' 펀드가 3개월 수익률 -7.20%, '삼성차이나' 펀드가 -15.32%, '삼성GREAT CHINA' 펀드가 -17.80%, '하이차이나본토&홍콩' 펀드가 -19.00% 로 평균보다 양호하다.

중국 펀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고 있다.

중국 펀드는 총 설정액이 12조8000억원으로 해외 펀드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한달 동안 917억원이 순유출되며 해외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3개월 동안에도 658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같은 부진은 중국 펀드들이 투자하고 있는 홍콩 H지수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동안 홍콩 H지수는 12000선에서 9000선까지 고꾸라지며 28%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15.57%)나 중국 본토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14.60%)보다 두배 가까이 낙폭이 큰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 이번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풀이했다.

허재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홍콩 시장은 유동성이 좋아 외국인이 팔고 나가기 좋은 시장"이라며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자 홍콩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중국 주식을 털어내면서 H주 주식들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S&P가 중국 부동산업체들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등 중국 부동산 업체와 은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됐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홍콩 H시장에서는 금융업종의 비중이 큰데 이번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은행 신용등급 하락 등의 여파가 컸다"고 풀이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입김이 센 홍콩 H지수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펀드들의 수익률도 단 시간 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현재 중국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환매해 손실을 확정짓기보다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길게 보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의 경우 글로벌 리스크의 영향도 받지만 중국 본토 증시에 따른 영향도 크다"며 "그 동안 중국 증시가 긴축 정책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인플레이션이 꼭지를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긴축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시장의 가장 큰 매력인 경기 성장이 부각되면 홍콩 H지수도 함께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