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시장 '금융위기' 보는 듯…구리값 한 달 새 23% 폭락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원자재 시장이 약세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제조업 위축 등 실물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시장 '금융위기' 보는 듯…구리값 한 달 새 23% 폭락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주요 상품 가격이 2008년 2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라고 지적했다. 상품가격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는 올 들어 3.7% 떨어졌다. 최근 3개월 동안 하락률은 약 10%에 달한다. 특히 구리가격은 9월 들어서만 23% 급락할 정도로 하락폭이 크다. 구리가격은 '닥터 코퍼(Dr.Copper)'라고 불리며 대표적인 경기판단 지표로 간주된다. 올 2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1만190달러까지 거래되던 전기동 3개월물은 지난 29일 14개월 내 최저치인 t당 723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위험자산인 뉴욕증시의 S&P500지수의 하락률(5.6%)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이 시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구리값은 올해 말 t당 650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은,니켈 등 주요 산업용 원자재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은 가격은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45% 하락한 30.13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8월25일 온스당 49.845달러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후 39% 급락한 것이다. 니켈도 13.1%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세의 원인으로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를 꼽고 있다. 지난 2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LME에서도 전기동 재고량은 지난 8월26일 46만4925t에서 9월29일 47만700t으로 늘었다. 로빈 바 크레디트 아그리콜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줄어 재고가 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짐을 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통화량을 유지하면서 장기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여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다다 MKM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오히려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약세가 일시적이란 의견도 있다. 원자재 부문 소비 둔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