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롯폰기는 'K팝 나가수' 무대가 된다
강기홍 도쿄 한국문화원장은 지난달 도쿄 롯폰기(六本木) 지역을 관할하는 일본 경찰서를 찾았다. 10월 1,2일 이틀간 '롯폰기힐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1 한 · 일 축제한마당' 행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경찰은 강 원장을 보자마자 한 가지 간곡한 부탁을 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한류스타의 이름과 일정을 행사 직전까지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것.유명 한국 가수가 온다는 사실이 일찍 알려지면 몰려든 일본의 한국 가수 팬들로 행사장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얘기였다.

한국 가요를 뜻하는 'K팝'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팝을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한 · 일 축제한마당에서 열리는 '한국 가요 콘테스트'는 해마다 있는 단순한 노래경연이 아니라 다음달 한국에서 열릴 세계 K팝 경연대회의 일본 예선전으로 개최된다. 예선이 열리는 나라는 미국 등 세계 12개 국.한국의 가요를 놓고 세계 각국 국민들이 실력을 뽐내는 '글로벌 K팝 노래자랑대회'가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일본 대표 선발전에 참여하는 일본 젊은이들은 지난 여름부터 총 372개 팀(586명)이 참가한 치열한 지방예선을 거친 'K팝 정예'들이다. 준 프로급인 이들은 많은 연습을 통해 발음 역시 '네이티브'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는 저녁마다 일본 청소년들이 모여 한국 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K팝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K팝의 이런 인기 덕에 한 · 일 축제한마당의 주가가 올라갔다. 매년 하루만 진행하던 행사 일정도 올해는 이틀로 늘렸다. 전야제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도 참석했다. 작년엔 연 인원 4만명 정도가 축제를 즐겼다. 올해는 지진피해 복구비 모금을 위해 김현중 애프터스쿨 유키스 신민아 등 한국 스타들이 내놓은 애장품 경매시장도 열려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전망이다. '한국 가요 콘테스트'와 함께 열리는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는 무대다.


'글로벌 K팝 노래자랑'의 인기는 일본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등에도 이미 치열한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치러진 행사에서는 51개 팀 73명의 미국인이 K팝으로 승부를 가렸다. 영국(79개 팀) 카자흐스탄(70개 팀) 등의 열기도 뜨겁다. 이달 중엔 K팝의 폭발력이 강한 중국에서도 같은 대회가 나흘간 열린다.

공형식 주일대사관 참사관은 "특정 국가가 자국의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