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금은 마취제…그리스 이미 디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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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SM 선정 '유럽위기 불편한 진실 7가지'
독일 의회가 지난 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을 통과시키면서 시장은 일단 안도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유럽 위기를 해소하기엔 지원금이 너무 적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거나 "이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앞에 진짜 숙제가 놓였다"(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유럽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선정한 유럽 재정위기의 '일곱 가지 불편한 진실'을 통해 알아본다.
(1)그리스는 이미 사실상 디폴트다
유럽 각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란 용어를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미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는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하다. 2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연 96%대에 이르렀고 독일의회가 EFSF안을 통과시킨 뒤에도 연 69%대에 머물렀다. 지난 7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결정할 때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도 부채탕감(헤어컷) 비율을 21%로 합의한 것은 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PIIGS'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위기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 불량국인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넘어섰다. PIIGS 국가 국채에 유럽 전역 은행들이 물려 있기 때문.당장 그리스와 이탈리아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가 다음 희생양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벨기에도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도 그리스식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걸림돌은 정치 불안
재정위기는 경제적 문제로 여겨지지만 진짜 어려운 과제는 정치 부문이다. PIIGS 국가들에선 강력한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집권당이 동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는 아예 정치 불안이 경제 위기의 제1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의 '돈줄' 독일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최근 베를린 지방선거까지 메르켈 총리의 집권연정은 7연패를 당했다.
(4)우울한 유럽의 미래상
안정기금 확충 등은 '급한 불'을 끄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장기 대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전망으론 △유럽이 재정정책까지 통합하는 방안 △유로존을 해체하는 방안 △'진흙탕' 국면이 지속되는 방안 등 세 가지가 있다. 어느 청사진이 실현되더라도 큰 고통을 피할 길은 없다.
(5)피해는 전 세계가 본다
유럽 재정위기가 무서운 점은 피해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글로벌 증시는 1년 이상 요동치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유럽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유럽이 성장동력을 상실,글로벌 경제에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유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유럽은행이 대대적인 자금 회수에 나서면 신흥국도 위험하다. 미국 은행 역시 유럽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6) 미국도 제 코가 석자다
미국은 유럽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없는 처지다. 오히려 한때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유럽보다 상황이 더 나쁜 '환자'다.
(7) 재정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오랫동안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일곱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스는 17세기 이래 절반가량을 국가부도 상태로 지냈다. 또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급격하게 재정적자가 증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1)그리스는 이미 사실상 디폴트다
유럽 각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란 용어를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미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는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하다. 2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연 96%대에 이르렀고 독일의회가 EFSF안을 통과시킨 뒤에도 연 69%대에 머물렀다. 지난 7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결정할 때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도 부채탕감(헤어컷) 비율을 21%로 합의한 것은 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PIIGS'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위기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 불량국인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넘어섰다. PIIGS 국가 국채에 유럽 전역 은행들이 물려 있기 때문.당장 그리스와 이탈리아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가 다음 희생양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벨기에도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도 그리스식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걸림돌은 정치 불안
재정위기는 경제적 문제로 여겨지지만 진짜 어려운 과제는 정치 부문이다. PIIGS 국가들에선 강력한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집권당이 동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는 아예 정치 불안이 경제 위기의 제1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의 '돈줄' 독일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최근 베를린 지방선거까지 메르켈 총리의 집권연정은 7연패를 당했다.
(4)우울한 유럽의 미래상
안정기금 확충 등은 '급한 불'을 끄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장기 대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전망으론 △유럽이 재정정책까지 통합하는 방안 △유로존을 해체하는 방안 △'진흙탕' 국면이 지속되는 방안 등 세 가지가 있다. 어느 청사진이 실현되더라도 큰 고통을 피할 길은 없다.
(5)피해는 전 세계가 본다
유럽 재정위기가 무서운 점은 피해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글로벌 증시는 1년 이상 요동치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유럽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유럽이 성장동력을 상실,글로벌 경제에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유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유럽은행이 대대적인 자금 회수에 나서면 신흥국도 위험하다. 미국 은행 역시 유럽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6) 미국도 제 코가 석자다
미국은 유럽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없는 처지다. 오히려 한때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유럽보다 상황이 더 나쁜 '환자'다.
(7) 재정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오랫동안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일곱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스는 17세기 이래 절반가량을 국가부도 상태로 지냈다. 또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급격하게 재정적자가 증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