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상담창구가 조용합니다"

금융전문가들이 전하는 서울 강남 PB(프라이빗 뱅킹)센터의 분위기다. 코스피 지수가 1800선 이하로 깨지면서 투자분위기가 △심리적인 냉랭 △소강국면 △불안한 전망 등에 짓눌려 있다.

"밤새 벌어진 해외뉴스를 보고 주식 매도 및 매수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죠" 외환위기 때 일반 국민이 콜옵션(일정기간에 살 수 있는 권리),풋옵션(일정 기간에 팔 수 있는 권리)이란 생소한 단어를 공부했다면 이번에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국가들) EFSF(유럽재정안정기금)같은 말에 익숙해져 있다고 금융창구 직원들은 전했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각국의 지원여부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치면서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은 개방경제를 새삼 실감한다.

주식과 부동산이 침체되고 저축은행마저 불신을 받자 일부 투자자는 돈을 빼서 연3%의 예 · 적금에 넣고 있다. 대부분은 3~6개월까지 단기 금융상품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달러 확보경쟁이 치열하다. 예상 밖으로 원화대비 달러의 가치가 치솟고,엔화 값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자.수입대금을 치러야 하는 기업입장에선 원화가치 하락에 대한 손실이 커졌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외화 확보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달러와 엔화를 구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간다.

이 와중에 개인도 달러와 엔화 매입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 김선규 압구정중앙지점장은"기업들은 헷지목적으로 달러나 엔화를 사둘 필요가 있지만 개인들이 투자목적으로 무리하게 외화를 사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하나은행 강원경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고수익이 아닌 저수익의 시대이므로 이에 맞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저수익에 만족하고 △멀리 길게 보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과연 한탕주의 탐욕의 역사는 저무는가.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