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적자…절정 치닫는 '치킨게임'
세계 4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6~8월 3개월간 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와 함께 흑자를 유지했던 마이크론이 반도체값 급락의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

3분기(12월 결산법인 기준) 실적발표를 앞둔 대만 기업들도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실적부진에 빠진 해외 기업들의 감산(減産)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 반도체기업에 밀린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한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언급한 '반도체 업계발(發) 태풍'이 몰려오는 모습이다.

◆마이크론도 적자…감산 확산되나

마이크론 적자…절정 치닫는 '치킨게임'
마이크론은 올 4분기(6월1일~8월31일)에 매출 21억4000만달러,영업손실 5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었다. 올 2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1억7900만달러,올 3분기(3~5월) 2억37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악화 원인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있다. D램 값(1Gb DDR3 기준)은 지난 5월 1.02달러를 기록한 뒤 8월 말 0.52달러까지 하락했다. 생산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온 마이크론이 적자로 돌아서자 업계는 대만 기업들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난야 파워칩 등 대만 업체들은 지난 1,2분기에만 1300억~25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3위 D램 업체 엘피다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3분기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분기 1조79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경쟁사들에 비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2분기 4470억원 영업이익을 냈던 하이닉스는 3분기 소폭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실적부진 전망 속에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난야와 파워칩이 9월부터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이노테라,엘피다 등이 추가로 감산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차 치킨게임 끝내기 국면,내년에는…

해외 업체들의 실적부진과 감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1차 치킨게임'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치킨게임은 2007년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하면서 시작됐다.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난 건 당연한 일.이 여파로 독일 키몬다가 2009년 1월 파산했다.

작년부터는 미세나노공정 도입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도시바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남들보다 한 단계 더 미세한 나노급 생산공정을 갖춰 수익성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증설과 나노공정 도입경쟁으로 이어진 1차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는 삼성전자"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어떨까. 시장에선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한판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요 업체들마다 PC시장이 위축되고 스마트폰 ·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D램,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엘피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나노 D램을 내년에 본격 양산한다. 일본 내 범용D램 생산설비를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으로 옮기고,대신 일본 공장에선 모바일D램 생산에 주력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