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조갑주 "100억 빌딩 투자보다 부동산 펀드가 실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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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주 PS자산 운용 부사장
"100억원 짜리 5층 빌딩을 샀던 개인투자자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부동산 펀드가 어떤 상품이냐고 묻자 조갑주 피에스(PS)자산운용 부사장(42 · 사진)은 대뜸 생생한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던 투자자 김 모씨(65)가 서울지하철2호선 교대역 인근 이면도로의 5층 빌딩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은행에 넣어뒀던 모든 재산을 소형 빌딩에 '올인'했다. 김씨의 인생역전은 빌딩을 사들인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때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골프를 치러 나간 김씨에게 건물 1층의 호프집 사장이 "수도관이 터졌으니 빨리 고쳐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3층에 들어와 있는 한 사무실은 두 달 째부터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월세를 미뤘다.
조갑주 부사장은 "고액 자산가로 은행에서 VIP 대접을 받던 투자자가 졸지에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신경쓰는 3류 인생으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하더니 결국엔 건물을 다시 내놨다"며 "부동산을 소유하는 직접 투자의 맹점을 간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간접투자도 투자
조 부사장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듯 부동산 펀드에도 일정금액을 넣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직접 소유하는 것이 투자'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을 소유하려면 갖고 있는 재산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분산 투자 자체가 어렵다"며 "부동산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방식을 활용하면 수익률도 올리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은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동산펀드 매니저로 통한다. 이른바 '부동산펀드 시장의 박현주'라고 알려질 정도로 베테랑급 실력파다. 부동산펀드의 일종인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금융 회사 코람코자산신탁에서 2001년부터 올해 4월까지 10년간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설계했다.
그동안 서울 장교동 한화증권빌딩,명동타워 등 도심지의 40여 개 오피스빌딩을 대상으로 그가 설계한 부동산펀드의 규모만 4조7000억원에 이른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코크랩1호,코크랩3호,코크렙5호 등의 수익률은 연 28%~31% 수준이다. 올해 4월부터는 싱가포르 투자자인 퍼시픽스타,우리은행,HMC투자증권,한국토지신탁 등이 투자해 설립한 PS자산운용으로 옮겼다.
◆장점 많은 부동산 간접투자
부동산펀드는 기관과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 특정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임대수익과 향후 매각차익 등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주는 간접 투자상품이다. 주식을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 매니저가 대신 운용해주는 주식형 펀드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부동산도 직접투자(소유)하지 않고 PS자산운용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 운용하는 간접 투자상품이 부동산 펀드인 셈이다.
조 부사장은 "채권은 안전자산이지만 수익률이 낮고,주식은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투자금을 날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며 "5년 정도를 운용하는 부동산펀드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 안전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점에서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알맞은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펀드는 전문가들이 오피스빌딩 등 해당 부동산에 대한 면밀한 실사와 체계적인 임대관리로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소유하는 직접 투자에 비해 이점이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4~5층 짜리 빌딩에 투자해 봐야 건물이 작아 부실 임차인들이 많을 뿐 아니라 막상 기대했던 임대수익을 얻기도 쉽지 않다"며 "부동산 펀드로 굴리는 물건은 대부분 2000~3000억원을 호가하는 대규모 알짜 부동산인데다 취득세 등도 직접 투자에 비해 현저히 낮아 통상 연 7~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형 상품으로 요즘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지만 가격상승으로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이 드물어 부동산 펀드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운용사 · 펀드매니저 실적 따져봐야
부동산펀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아직 낯선 이유에 대해 조 부사장은 부동산펀드 판매 창구인 증권사나 은행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들의 PB 등이 자사 상품 추천에 관심이 더 많고,부동산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에게 권장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4개의 부동산펀드를 내놓은 PS자산운용은 오는 11월쯤 명동과 분당의 건물을 대상으로 부동산펀드 상품 2개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소 연7~8% 이상의 수익률을 자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최근 리츠나 부동산펀드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상품 설계가 부실해 기관의 투자금을 유치하지도 못하고 전액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만 굴리는 위험상품도 적지 않다"며 "반드시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들의 실적과 인지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부동산 펀드가 어떤 상품이냐고 묻자 조갑주 피에스(PS)자산운용 부사장(42 · 사진)은 대뜸 생생한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던 투자자 김 모씨(65)가 서울지하철2호선 교대역 인근 이면도로의 5층 빌딩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은행에 넣어뒀던 모든 재산을 소형 빌딩에 '올인'했다. 김씨의 인생역전은 빌딩을 사들인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때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골프를 치러 나간 김씨에게 건물 1층의 호프집 사장이 "수도관이 터졌으니 빨리 고쳐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3층에 들어와 있는 한 사무실은 두 달 째부터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월세를 미뤘다.
조갑주 부사장은 "고액 자산가로 은행에서 VIP 대접을 받던 투자자가 졸지에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신경쓰는 3류 인생으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하더니 결국엔 건물을 다시 내놨다"며 "부동산을 소유하는 직접 투자의 맹점을 간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간접투자도 투자
조 부사장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듯 부동산 펀드에도 일정금액을 넣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직접 소유하는 것이 투자'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을 소유하려면 갖고 있는 재산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분산 투자 자체가 어렵다"며 "부동산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방식을 활용하면 수익률도 올리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조 부사장은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동산펀드 매니저로 통한다. 이른바 '부동산펀드 시장의 박현주'라고 알려질 정도로 베테랑급 실력파다. 부동산펀드의 일종인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금융 회사 코람코자산신탁에서 2001년부터 올해 4월까지 10년간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설계했다.
그동안 서울 장교동 한화증권빌딩,명동타워 등 도심지의 40여 개 오피스빌딩을 대상으로 그가 설계한 부동산펀드의 규모만 4조7000억원에 이른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코크랩1호,코크랩3호,코크렙5호 등의 수익률은 연 28%~31% 수준이다. 올해 4월부터는 싱가포르 투자자인 퍼시픽스타,우리은행,HMC투자증권,한국토지신탁 등이 투자해 설립한 PS자산운용으로 옮겼다.
◆장점 많은 부동산 간접투자
부동산펀드는 기관과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 특정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임대수익과 향후 매각차익 등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주는 간접 투자상품이다. 주식을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 매니저가 대신 운용해주는 주식형 펀드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부동산도 직접투자(소유)하지 않고 PS자산운용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 운용하는 간접 투자상품이 부동산 펀드인 셈이다.
조 부사장은 "채권은 안전자산이지만 수익률이 낮고,주식은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투자금을 날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며 "5년 정도를 운용하는 부동산펀드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 안전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점에서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알맞은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펀드는 전문가들이 오피스빌딩 등 해당 부동산에 대한 면밀한 실사와 체계적인 임대관리로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소유하는 직접 투자에 비해 이점이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4~5층 짜리 빌딩에 투자해 봐야 건물이 작아 부실 임차인들이 많을 뿐 아니라 막상 기대했던 임대수익을 얻기도 쉽지 않다"며 "부동산 펀드로 굴리는 물건은 대부분 2000~3000억원을 호가하는 대규모 알짜 부동산인데다 취득세 등도 직접 투자에 비해 현저히 낮아 통상 연 7~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형 상품으로 요즘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지만 가격상승으로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곳이 드물어 부동산 펀드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운용사 · 펀드매니저 실적 따져봐야
부동산펀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아직 낯선 이유에 대해 조 부사장은 부동산펀드 판매 창구인 증권사나 은행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들의 PB 등이 자사 상품 추천에 관심이 더 많고,부동산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에게 권장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4개의 부동산펀드를 내놓은 PS자산운용은 오는 11월쯤 명동과 분당의 건물을 대상으로 부동산펀드 상품 2개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소 연7~8% 이상의 수익률을 자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최근 리츠나 부동산펀드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상품 설계가 부실해 기관의 투자금을 유치하지도 못하고 전액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만 굴리는 위험상품도 적지 않다"며 "반드시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들의 실적과 인지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