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다. 2008년 10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지 꼭 3년 만에 다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이다. 당시 유럽 위기설이 제기되었는데 실제로 위기가 닥쳤고,유럽 지도자들이 이제서야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외양간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미리 고치지 않아 소를 잃는,큰 낭패를 봤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간결한 속담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과 위기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렉서스 신화로 한때 세계 자동차 판매 1위까지 올랐던 도요타는 사상 초유의 리콜과 미국 의회 청문회 소환 등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게 되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논의되었으나,분명한 것은 결함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 데도 경영진에서 이를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던 안일한 대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 관련 용어 중에 시큐리티 홀(security hole),우리 말로 안전 취약점이란 것이 있다. 이는 프로그램 설계 중 실수가 원인이 되어 소프트웨어 결함이 일어나 안전에 치명적 약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이를 경영학에 접목해 '인간이나 조직의 안전이 위기 속으로 침몰될 수 있는 상황,경우,지역 등'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단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우주의 블랙홀 같은 존재가 인간 사회에서는 시큐리티 홀인 것이다.

도요타의 시큐리티 홀은 무엇인가? 바로 세계 1위로서의 오만,소비자의 목소리 외면 및 안일한 대처가 아닌가 싶다. 불확실성이 크고 사회 현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 시대는 과거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충격이 휠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시큐리티 홀을 찾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시큐리티 홀의 존재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리더는 그것을 간과하기 쉽다는 데 있다. 그 당시에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 시큐리티 홀의 특징이다. 아무 일 없을 때나 잘나갈 때 누군가 자신 또는 조직에 대해 시큐리티 홀을 얘기한다면 오히려 비판으로 들리고 대비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내부와 외부에서 닥쳐올 수 있는 위기를 이야기하게 된다. 듣고 흘려 버려서는 안 된다. 작은 문제라고 치부하지 말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즉, 큰 산은 흙덩이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리더는 큰 산,큰 바다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자기와 관련한 시큐리티 홀은 없는가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