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중인 TV드라마 '애정만만세'의 변춘남(박인환 분)은 '살림 킹'으로 통한다. 동네 주부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아내를 '바깥양반'으로 부르며 살림솜씨를 뽐낸다. 코믹 설정이라고 하기에는 가사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도 진지하다. 시청자 게시판엔 '춘남은 여자들이 보기에도 완벽한 살림꾼'이란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춘남의 살림 노하우'라는 게시판이 운영될 정도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얘기다. 남성 전업주부가 16만명에 육박한다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는 데도 좀체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우스개까지 나돈다. 한국여자와 일본여자,중국여자가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먼저 중국여자가 말했다. "남편에게 더 이상 밥을 해주지 않을 테니 배고프면 알아서 해먹으라고 했죠.첫째날은 아무 것도 안했어요. 둘째날도 마찬가지였구요. 셋째날이 되자 자기가 밥을 하더군요. " 다음은 일본여자."우리 남편도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했어요. 셋째날에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 마지막으로 한국여자 차례가 됐다. "첫째날에는 아무 것도 안보이더군요. 둘째날도 잘 안보였어요. 셋째날이 되니까 눈 주위 부기가 슬슬 빠지면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

우리 남성의 63.3%는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분담률은 22.4%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조사업체 마크로밀)가 나왔다. 아내를 도와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실행은 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전 발표한 통계에서도 주요 29개국 가운데 한국 남성이 집안일을 가장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육아 등에 쓰는 시간이 하루 50분도 채 안됐다. 3시간이 넘는 덴마크 남성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호주 도 2시간 이상이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긴 탓도 있지만 가부장적 인식이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 취업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남성이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사회 · 가정에서 남성의 존재감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간 큰 남편'이 유독 많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우리 남성들도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