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구명 로비를 하기 위해 제3의 인물에게 수억원의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지역 언론인 출신이라는 이모씨가 청와대 쪽을 잘 안다고 해서 지난해 자료를 다 줬다"며 "이씨는 (당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씨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6억원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씨가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대구지검에 고소했는데 수사한 지 두 달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만나러 가자고 해서 만났다"는 주장도 새로 제기했다.

그는 전날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제공했다는 해외 법인카드의 사용 내역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주로 백화점에서 카드를 1억원어치 이상 사용했다. 이는 신 전 차관이 재직하던 시기다. 설날을 앞둔 2009년 1월23일에는 1시간여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20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왔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왜 백화점에서 많이 사용했느냐'고 물어보니 '모처에 선물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사용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검찰은 이 회장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SLS그룹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3일 이 회장을 다시 불러 관련 자료들을 넘겨받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